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지징하며 ‘최고 존엄’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의 전날 발언이 도마에 오르며 개의 43분 만에 파행을 빚었다.
기 의원은 전날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사람 한 분이 북한군에 의해 그렇게 무참하게 그런 피해를 당한 것인데, 그래서 저기에 뭐 ‘최고 존엄’(김정은 위원장)인가 하는 사람이 공식적인 사과까지 한 사안”이라며 “우리는 자칫 했으면 수천 명의 인명이 원인도 모르는 채 정말 큰 참사를 당할 뻔했다”고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비교하며 낙탄 사고의 책임을 물었다.
그러자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의사 진행 발언을 통해 “’북한의 최고 존엄이 사과했다’는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 국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란 발언까지 있을 순 있다고 생각하지만 ‘최고 존엄’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기 의원이 곧바로 “속기록을 읽어보겠다”며 “‘최고 존엄이라 일컬어지는 사람들이’로 수정하겠다”고 정정하며 논란은 일단락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기 의원이 먼저 신상 발언을 신청해 조 의원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논란은 여야 공방으로까지 번졌다.
기 의원은 전날 자신의 발언 속기록을 읽은 뒤 “일종의 조롱이자 야유였는데 조 의원은 앞뒤 맥락을 다 잘라버리고 ‘기동민 의원이 북한 최고 존엄이 사과했다’는 발언을 했다”며 “이게 (국민들에게) 사과할 사안인가? 웃자고 얘기했더니 죽자고 달려드는 격이고 요즘 검찰 잣대로 보면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라고 주장했다.
조 의원도 신상 발언을 신청해 “웃자고 한 농담이라고 하셨는데 그 농담은 웃을 수가 없는 농담이고 해서는 안 되는 농담이라고 생각한다”며 “사과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맞섰다.
조 의원은 “우리는 절대로 농담으로라도 (김정은을) 최고 존엄으로 부를 수 없다”며 “월북 의사와 관계없이 우리 국민 한 사람을 피격하고 소각했는데 그것에 대한 비난에 문제가 집중되지 않고, 이상한 데로 문제가 흘러가는 것에 큰 유감을 표시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자 기 의원은 재차 신상 발언을 통해 “최고 존엄이란 얘기를 대한민국 땅에서 절대 써서는 안 되다는 편협한 세계관으로 어떻게 의원을 할 수 있겠나”라고 몰아세웠고, 조 의원도 “우리 국회의원이 해서 되는 발언의 선이 있고 넘지 않아야 할 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기 의원은 신상 발언 시간이 끝난 뒤 “앞뒤를 다 잘라버리면서 마치 기동민을 김정은의 ‘꼬붕’으로 만들어놓은 것”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여야가 두 사람의 설전에 가세하면서 공방은 더욱 격화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신상 발언을 신청하면서 “조정훈 의원에 대해 한마디 하겠다. 정의롭지 않다는 걸 내가 국민들한테 알리기 위해서, 동료 의원의 표현을 입맛대로 해석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남국 의원도 “신상 발언을 하겠다는데”라며 거들었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은 “밖에 가서 기자회견 하세요”라고 항의했다.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박범계 의원님은 밖에 나가서 성명으로 하시라”라며 박 의원의 신상 발언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개의 43분 만에 감사 중지를 선포했다. 법사위는 이후 40여분 지난 오전 11시 43분 감사를 속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