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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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묻지 마시길”…하동 화개면에 1억 기부하고 떠난 70대 노신사

“빈곤층 위해 사용해달라”
기탁인은 ‘무명인’이라 적어
7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지난 18일 경남 하동군 화개면사무소를 찾아 1억 원을 기탁하며 남긴 메모지. 하동군 제공

 

한 70대 남성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경남 하동군 화개면에 거액을 기탁했다.

 

하동군 화개면사무소는 지난 18일 이름을 밝히지 않은 70대 남성이 화개면민의 취약계층을 위해 써달라며 현금 1억원을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정 기탁했다고 20일 밝혔다.

 

청바지와 바바리코트, 중절모 차림에 선글라스를 낀 채 면사무소를 찾은 남성은 “적은 금액이지만 기부하고 싶다”고 말했고, 임영숙 면사무소 주민생활지원 주무관은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이 남성은 약 20분 후 면사무소로 돌아와 임 주무관에게 기부금 입금 영수증과 메모지 한 장을 건넸다. 영수증에는 ‘1억 원’이라는 금액이 찍혀 있었다. 기부액을 100만 원 정도로 생각했다가 금액을 보고 놀란 임 주무관이 “따뜻한 차라도 한 잔 드리겠다”고 권했지만 남성은 극구 사양했다. 또 “이름이나 신분, 사는 지역, 아무것도 묻지 말고 적은 금액이지만 저소득 취약계층에 사용해 달라”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메모지에는 “화개면민의 사회복지수급대상자 중 빈곤계층의 고령자, 장애인, 질환자 등의 복지향상을 위해 상기 금액을 희사하오니 미약하지만 ‘인동 복지기금’ 명의로 활용하기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남성은 기탁자 이름을 ‘무명인’이라고 적었다. 이름 뒤에는 ‘오유지족(吾唯知足)’을 한 글자처럼 표현한 서명이 덧붙어 있었다. 오유지족은 ‘스스로 오직 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안다’는 뜻이다.

 

성금은 기탁자의 뜻에 따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화개면 취약계층 및 복지 사각지대에 인동 복지기금 명의로 사용될 예정이다.

 

이재만 면장은 “이번 기탁은 이웃 간 소통이 없는 각박한 세상에 활기를 불어넣고 지역주민들에게 삶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와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있다”며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전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