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대표적 기업인 DGB금융그룹에 악재가 겹치고 있다. 전직 수장들에 이어 취임 후 ‘윤리경영’ 비전을 선포한 현 김태오 회장까지 재판에 연루되면서, 주가나 그룹 건전성 지표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20일 DGB금융그룹 등에 따르면 김태오 회장 등 대구은행 임직원 4명은 지난해 12월 캄보디아에서 상업은행 인가를 얻기 위해 현지 공무원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하려다(뇌물방지법 위반 혐의) 적발돼 불구속 상태로 기소돼 지금까지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대구은행이 2020년 4~10월 캄보디아 현지법인 특수은행이 상업은행 인가를 받을 수 있도록 캄보디아 금융당국 등에 로비할 목적으로 현지 브로커에게 350만달러(41억원 상당)를 건넨 혐의(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위반)로 기소됐다. 피고인은 당시 대구은행장을 겸직했던 김 회장뿐 아니라 함께 기소된 당시 대구은행 글로벌본부장(상무)인 A씨, 글로벌사업부장 B씨, 캄보디아 현지법인인 DGB 특수은행(SB)의 부행장인 C씨 등 4명이다. 이들은 지난해 말 기소된 후 4차례 공판 등 1년 가까이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지역 사회에서 그룹 위상과 신뢰도에 영향을 주고, 선고까지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게 되면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판이 이어지는 동안 DGB금융그룹 주가는 지난해 10월 22일 1만867원에서 기소를 전후해 하락세를 보이다가 첫 공판이 열린 뒤 12월 10일 8159원까지 하락했다. 그룹 건전성 지표인 자본 비율도 지난해 4분기 14.95%에서 올해 1분기 14.48%로 떨어졌고, 2분기 잠정치는 13.82%까지 하락했다.
김 회장은 그룹 쇄신을 위해 윤리경영과 정도경영을 강조한 최고 경영자로 알려져있다. 김 회장 취임 전 DGB금융그룹은 전임 박인규 회장이 채용비리 및 비자금 조성 혐의로 사법처리되는 초유의 위기를 겪은 직후였고, 회장 취임 첫 해부터 그룹 쇄신을 위한 시스템 개혁에 나섰다. 하지만 김 회장 등 임직원 등은 2020년 5월 캄보디아 법인 SB가 현지 정부 소유 부동산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매각 승인 이전 한화 120억원 상당 중도금을 먼저 입금했다가 돈이 묶이면서 결국 들통이 났다. 검찰은 SB 측이 상업은행 인가를 위해 현지 브로커에게 로비자금을 전달하고, 이를 부동산 매매대금 일부인 것처럼 꾸민 것으로 보고 있다. DGB금융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 등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경영상 실질적 어려움은 없다”면서도 “개인 변호사를 고용해 재판에 임하는 만큼 그룹 차원에선 관여하고 있지 않다”며 애써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