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고리원전)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이 포화상태인데도 구체적인 저장소 신설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후 핵연료는 원자로에 연료로 사용된 뒤 배출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로, 경수로 원전의 경우 수조 안에 습식형태로 저장하고 있다.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충남 천안을)이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리원전 내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포화도가 85.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말 기준 고리원전 내 발전소별 사용후 핵연료 저장포화도는 △고리1호기 100% △고리2호기 93.6% △고리3호기 95.7% △고리4호기 93.7% △신고리1호기 63.9% △신고리2호기 68.5%로, 전체 5개 가동원전 중 3개 원전이 90%이상 포화상태다.
또 2031년 고리와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2032년 한울원전, 2044년 월성원전, 2066년 새울원전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이 포화될 전망이다.
정부가 고리2, 3, 4호기 원전의 계속운전을 신청함에 따라 고리원전의 사용후 핵연료 포화 시기는 2031년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수원은 고리원전 내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설치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은 7년(인허가 2년6개월, 설계 2년, 건설 2년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리는데도 지금까지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조차 못한 상황이다.
특히 2017년 영구 정지된 고리1호기의 경우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을 찾지 못해 해체 일정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완주 의원은 “한수원과 고리원전은 고리2, 3, 4호기의 계속운전에 따라 앞당겨지는 포화 예상시기를 확인하고 조속한 대책 마련에 착수해야 한다”며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포화로 고리원전 내 전체 원전의 가동이 중지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대책 없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고리원전 내 포화도가 높은 원전에서 낮은 곳으로 사용후 핵연료를 옮기고, 2031년까지 임시 사용할 사용후 핵연료 건식저장소를 만들어 처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