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더욱 깊어지면서 일교차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느껴진다면 심장이 보내는 위험신호일 수 있다. 심혈관 질환 중 ‘협심증’은 더욱 치명적인 질환인 ‘심근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평소 혈관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2009년 협심증으로 혈관에 스텐트를 삽입하는 시술을 받은 ‘오징어게임’의 배우 오영수씨는 “매일 아침 운동으로 건강을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협심증은 이처럼 꾸준한 유산소 운동을 통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심혈증은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면서 혈류가 부족해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숨찬 운동을 하거나 계단을 오를 때 가슴이 뻐근하거나 답답한 증상을 일으키는 것이 특징이다. 이 질환은 한자어로 狹(좁을협)心(마음심)症 (증세증)이다. 즉, 심장혈관이 좁아져서 발생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협심증에는 증상이 나타나는 양상이나 정도에 따라 세 가지 형태가 있다.
먼저 ‘안정형 협심증’은 운동할 때 가슴 통증이 발생하고 쉬면 통상 5분 이내에 통증이 사라지는 증상을 동반한다. 보통 수년 동안 비슷한 강도로 나타나거나 서서히 악화하는 경과를 밟아서 안정형이라고 불린다.
‘불안정 협심증’은 운동할 때만 나타나던 가슴 통증이 갑자기 악화하면서 가벼운 활동에도 증상이 유발되거나, 휴식 시에도 발생하는 경우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심근 경색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위험한 상태이다.
‘이형 협심증’은 흔하지 않은 이상한 협심증이라고 해서 ‘이형’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드문 질환인데 한국인과 일본인에서 유난히 빈번하게 관찰된다. 주로 술 마신 날 잠자던 중 새벽에 가슴이 아파서 깨는 질환으로, 예민해진 관상동맥의 경련에 의해 발생한다.
협심증은 주로 가슴 한가운데가 조인다, 뻐근하다, 뻐적지근하다, 무지근하다, 무거운 것으로 눌리는 압박감이 있다는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가슴에서 시작해서 목이나 팔로 뻗치는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고, 드물게는 윗배가 아프다고 표현하는 분들이 있다. 화끈한 느낌이나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 같은 느낌, 쑤시는 통증은 협심증이 아닌 다른 질환의 가능성이 높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강시혁 교수는 “통증은 ‘몸에 이상이 생겼으니 조심하라’는 신호다. 보통 심장에 문제가 생기면 통증은 1분 이상 지속된다. 또 5~10분이 넘는 등 오랫동안 지속되는 증상은 협심증 증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라며 “30분 이상 지속되는 심한 통증은 심근경색 가능성이 있어 가까운 병원에서 진찰과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협심증은 숨찬 운동을 해서 심장이 일을 해야 할 때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침에 버스를 잡으려 뛰어가다가 가슴이 아파서 주저앉는 경우, 계단이나 가파른 언덕을 숨차게 오르다가 아파서 동료를 먼저 보내고 쉬었다 가는 경우, 무거운 물건을 들다가 깜짝 놀랄 만큼 가슴이 아파 한참 동안 진땀이 나는 경우 협심증을 의심해야 한다.
드물게는 평지에서 바삐 걸을 때 생기는 경우도 있고, 찬바람을 쐬거나 과식한 후에 생기는 경우, 공포나 분노 등 정신적 긴장 등에 의해서 생기는 경우도 있다.
증상이 나타나면 하던 일을 멈추고 휴식을 취해야 한다. 그럼 5~10분 이내에 증상이 사라진다. 니트로클리세린 알약을 혀 밑에 넣으면 1~2분 사이에 싸한 느낌과 함께 통증이 사라지지만 협심증의 가능성이 높다.
협심증 환자에게는 약물치료를 우선으로 추천한다. 심장의 부담을 덜어주는 니트로글리세린 제제, 칼슘통로 차단제 및 베타차단제 등의 약제가 근간이 되며, 심근경색과 뇌졸중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 등의 항혈소판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약물치료는 환자의 증상을 개선하고 심각한 합병증을 막아준다.
약물 치료에도 적절하게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협심증 환자에서는 시술이나 수술을 추천한다. 질병 상태에 따라 치료 방침이 달라질 수 있으니 담당 의사 선생님과 잘 상의해야 한다.
협심증 환자는 운동도 중요하다. 자신의 나이와 체력에 맞는 운동을 선택해 하루 30분 이상, 가능하면 매일 하는 것이 좋다. 빠르게 걷기, 가볍게 달리기, 자전거 타기, 탁구, 에어로빅, 등산, 수영, 아쿠아로빅, 게이트볼처럼 숨찬 운동이 심장을 보호해주는 운동이 좋다.
강시혁 교수는 “질리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서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몸에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운동의 강도와 시간을 서서히 늘려가는 것이 좋다”면서 “또 유산소 운동을 하루 30분 이상 한 후에 시간이 남으면 근력 운동을 추가로 하면 더 좋다. 특히 운동 전후에 5분씩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온 변화가 크고 일교차가 큰 늦가을이나 초봄에는 야외활동을 하기 전에 옷을 따뜻하게 입고 준비운동을 제대로 마친 후에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