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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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공산당 헌법에 ’習=인민영수’ 명기 안 돼… 핵심 지위는 수호 [특파원+]

개정 당장 공개… 9000만 공산당원, 시진핑 ‘집중 통일 영도’ 수호해야
마오쩌둥과 같은 위상 인민영수 칭호, 시진핑 사상 확립 등은 명기 안 돼
개인숭배 금지 우선… 대만 독립 반대, 공동부유 강조 등도 포함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산당의 헌법인 당장(黨章·당헌)에 마오쩌둥의 위상과 같은 지위를 인정받게 되는 ‘인민영수(領袖)’ 칭호를 넣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시 주석의 당 핵심 지위 수호가 9000만명이 넘는 모든 공산당 당원의 필수적 의무로 규정되는 등 1인자 위치를 공고히했다.

 

27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공개한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개정된 당장 전문에 시 주석의 당 중앙 핵심 지위 및 전당 핵심 지위, 그리고 당 중앙의 권위와 집중 통일 영도를 각각 결연히 수호한다는 의미인 ‘두 개의 수호’(兩個維護·양개유호)가 당원이 반드시 이행해야 할 의무 중 하나로 명기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4일 베이징에서 열린 군 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베이징=신화연합뉴스

집중 통일 영도는 시 주석 집권기 중국 지도부의 운영 원칙으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최고 지도자의 특별한 지위를 강조하는 것이다.

 

시 주석이 집권 3기 최고 지도부에 측근 4명을 진입시키며 원톱·원팀 집권 체제를 구축한 가운데 당장에 시 주석의 당내 핵심 지위 수호가 필수 의무로 규정됨에 따라 그의 당내 권위와 권력은 한층 확고해질 전망이다. 개혁개방 이후 정착한 기존 집단지도체제가 사실상 시 주석 1인 중심의 집중 통일 영도 체제로 전환한 셈이다.

 

하지만 시진핑 개인 숭배와 관련된 내용들은 당장에 반영되지 못했다.

 

우선 두 개의 수호와 함께 당장에 명기될 것으로 예상됐던 ‘두 개의 확립’(兩個確立·양개확립)은 당장에 포함되지 않았다. ‘두 개의 확립’은 시 주석의 당 중앙 핵심 및 전당(全黨) 핵심 지위 확립과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시진핑 사상)의 지도적 지위 확립을 말한다. 

 

또 2017년 19차 당대회 때 당장에 삽입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이번에 ‘시진핑 사상’ 다섯 자로 바꾸지도 못했다. 16자에 달하는 명칭을 ‘시진핑 사상’으로 압축하면 현재 당장에 들어 있는 ‘마오쩌둥 사상’과 같은 형식이 된다.

한 중국 시민이 베이징 다싱국제공항에 설치된 중국 공산당 상징 조형물 앞을 지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특히 관심사였던 시 주석에 대한 영수 칭호 명기도 실패했다. 시 주석이 ‘인민영수’ 칭호를 얻으면 덩샤오핑(鄧小平)처럼 현직에서 물러나 공식 직책이 없는 상황에서도 최후 결정권을 갖게 될 수 있다. 중국 공산당 역사상 실질적으로 공인된 ‘영수’는 마오쩌둥(毛澤東)뿐이다.

 

중국 공산당의 ‘개인숭배 금지’ 원칙은 덩샤오핑이 1981년 역사결의에서 과거 마오쩌둥에 대한 개인숭배를 비판하고, 문화대혁명 등 비극을 반성하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공산당 당장 10조 6항에는 ‘당은 모든 형태의 인격 숭배를 금지한다. 당 지도자의 활동이 당과 인민의 감독하에 있음을 보장함과 동시에 당과 인민의 이익을 대표하는 모든 지도자의 위신을 수호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개정된 당장에도 이 내용은 그대로 유지됐다.

 

시 주석의 위상이 아직 마오쩌둥에 이르지는 못한 셈이다. 실제 개정된 당장에서 시 주석은 이전 당장보다 한 번 늘어난 12번 언급돼 덩샤오핑과 똑같았다. 마오쩌둥은 한 번 많은 13번 언급됐다.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은 각 한 번만 나왔다.

지난 26일 중국 베이징의 한 신문 가판대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이 나온 잡지가 진열돼 있다. AP연합뉴스

또 대만에 대한 통일에 대한 강경 노선을 강조하는 ‘대만독립에 결연히 반대하고 억제한다’는 문구가 개정 당장에 새롭게 포함됐다.

 

이를 뒷받침하듯 중국 군대를 세계 일류 군대로 만든다는 목표도 당장에 새롭게 명기됐다. 시 주석은 지난 16일 당대회 개막식에서 핵무력 증강을 의미하는 ‘강대한 위력 체계 구축’을 강조한 바 있다.

 

시 주석의 경제 어젠다인 ‘공동부유(共同富裕)’의 경우 ‘일부 지역과 일부 사람들을 먼저 부유하도록 장려해서 점진적으로 전체 인민의 공동부유를 실현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이전 당장에는 ‘일부 지역과 일부 사람들을 먼저 부유하도록 장려해서 점진적으로 빈궁을 없애고 공동부유를 달성한다’는 표현이 있었는데, 개정 당장에선 공동부유의 점진적 추진 의지를 좀 더 명확히 부각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