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캐세이퍼시픽항공이 우크라이나 전쟁 뒤 사실상 폐쇄된 러시아 영공을 다시 운항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캐세이퍼시픽 측은 11월1일부터 북극항로(Polar Route)를 사용해 미국 뉴욕과 홍콩 사이를 운항한다고 밝혔다.
이 항공사는 북극항로를 다시 사용하면 비행시간이 단축되고 연료비가 절약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베리아 상공을 비행하는 대가를 러시아 당국에 지불해야 한다.
캐세이퍼시픽은 블룸버그에 “캐세이퍼시픽이 러시아 영공을 비행하는 것을 막는 제재는 없다”며 “북극항로는 북미 동부 해안에서 홍콩으로 여행하는 고객에게 안전하고 직접적이며 가장 빠른 비행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세이퍼시픽은 다만 “러시아 내의 어떤 공항에도 의존하지 않고, 어떤 공항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내부 통지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세계 각국이 비행금지 명령을 발동하자 러시아도 적대국 및 이들 항공사를 대상으로 영공을 폐쇄했다. 이후 대한항공과 전일본공수를 포함한 대부분의 아시아 항공사가 안전 문제를 이유로 러시아 영공 사용을 중단했다.
러시아 영공은 아시아 동부와 미국 알래스카주(州)에서 북유럽 끝 핀란드까지 약 5600마일(9012㎞)에 걸쳐 있다. 또 북극항로는 이들 대륙을 연결하는 중요 연결고리로, 항공기 비행시간을 단축한다.
캐세이퍼시픽도 지난 3월부터 러시아 영공을 우회하는 항로로 변경했다. 북극항로를 이용하지 않고 대서양항로를 이용해 뉴욕으로 운항한 것이다. 그러나 이 항로는 강한 역풍을 거슬러 가야 하는 길이라 이 회사 운항 역사상 가장 긴 16~17시간의 운항시간이 소요됐다. 북극항로를 이용할 때는 약 15시간이 걸렸던 길이다.
현재 인도와 튀르키예(터키), 중동, 중국의 항공사가 러시아 영공을 통과하고 있다. 반면 주요 서방국 항공사는 이용하지 않는다. 블룸버그는 대한항공, 싱가포르항공, 일본항공, 중화항공 등 포함한 이들 항공사가 러시아 영공을 재사용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