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압사 참사의 충격에 빠진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속속 행사를 취소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이들은 희생자 유족과 부상자를 지원하기 위한 체계를 가동하고 뒤늦게 행사와 축제의 안전 점검에 팔을 걷어붙였다. 일부 지자체는 직원에게 모임과 술자리를 자제하도록 권고한 뒤 의료 인력과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다.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도는 31일 오전 도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동연 지사는 “일어나선 안 될 참극에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조속한 수습과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쏟겠다”고 밝혔다. 전날 긴급대응 지원단을 꾸린 경기도는 합동분향소 설치와 의료 지원 체계 구축, 축제·행사 긴급 점검, 재발방지책 마련 등 후속 조처를 이어가고 있다. 김 지사는 “희생자 가족과 부상자를 위해 도·시군 공무원을 일대일로 지정해 빈틈없이 지원하겠다”면서 “도내 모든 행사와 축제에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해 유사 사고를 예방하겠다”고 했다.
7명의 희생자가 나온 대전·세종·충남 지역도 사고 수습 대책 회의를 열어 사상자 지원과 수습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이날 오후 시청 앞 광장과 도청 만남의 광장 등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해 조문을 받기 시작했다. 이번 사고로 광주에선 시민, 연고자, 거주자 등 6명이 숨졌고, 전남에선 장성군과 목포시 거주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전날 시청사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유사 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 규정과 관련 조례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야시장과 고싸움놀이 축제를 시작으로 자치구, 유관기관과 함께 지역행사에 대한 합동 점검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북에선 도내에서 장례를 치르는 연고자가 모두 5명으로 파악됐다. 충북에서는 휴가를 나온 20대 군 장병 A씨가 희생당했는데, 시신은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이처럼 세월호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참사에 서울시 자치구를 비롯한 지자체는 진행하려던 행사를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다. 경기에선 전날 예정된 파주시의 ‘감악산 단풍거리 축제’와 시흥시의 ‘거북썸축제’가 열리지 않았다.
부산은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을 취소했고, 부산불꽃축제는 연기됐다. 부산진구는 5일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열 예정이던 제2회 슈즈페스티벌을, 영도구는 4일부터 예정된 영도커피페스티벌의 공연 프로그램을 취소했다.
경남은 진주시 남강유등축제와 의령군 리치리치페스티벌, 마산국화축제, 거제섬꽃축제 등을 취소했거나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전남 영암군은 월출산국화축제와 강진만 춤추는갈대축제를 취소했다. 순천의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붐업 페스타도 취소가 결정됐다.
충남 보령시와 아산시, 홍성군도 애도 기간인 5일까지 예정된 재즈 페스타 등 축제와 공연을 모두 취소·연기한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이날 상황 회의를 열어 1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릴 예정인 인천 문학경기장의 안전 조치 등을 사전 점검했다.
관련 기관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이번 참사로 중고생 6명과 교사 3명이 숨진 가운데 부산교육청 등은 각급 학교에 긴급 공문을 보내 애도 기간에는 학교 축제와 행사를 연기하거나 취소할 것을 요청했다. 소속 공무원의 음주, 골프, 워크숍, 회식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1명의 교사가 숨진 경기도교육청도 별도의 사고대책본부를 꾸리고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했다.
경기도의회 도의원 156명은 모두 애도 리본을 패용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이들은 향후 개최될 대형 행사의 안전을 챙기기 위해 도의회 차원에서 조례를 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성남시의회와 안양시의회, 천안시의회, 부산 동·사하구의회 등 기초의회도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예정된 국내외 연수 일정을 취소하고 단체 조문에 나섰다. 반면 인천시 부평구의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 3명은 이날 오전 2박3일 일정으로 제주도 연수를 떠나 눈총을 받았다. 당초 연수에는 구의원 6명이 모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나머지 3명은 참사가 발생하자 위약금을 내고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