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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인파 몰리는 지역축제·행사, 안전관리요원 배치 기준 없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축제 안전관리 및 통제를 담당하는 안전관리요원 배치 기준이 따로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대형 안전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체계적이고 촘촘한 안전요원 배치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대전시청 1층 로비에 마련된 이태원 사건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이 조문하고 있다. 강은선 기자

1일 행정안전부의 ‘지역축제장 안전관리매뉴얼’에 따르면 지역축제 안전관리요원 확보는 축제의 특성 등을 고려해 경찰서·소방서·민간전문가 등과 협의해 결정한다.

 

안전관리요원은 안전사고 예방과 긴급상황발생에 대비하는 업무를 맡는다. 

 

안전요원은 교육을 이수한 자로 배치되고 근무자는 안전관리 필수사항을 사전에 점검, 그에 맞춰 관람객을 유도한다. 안전사고 발생시 관객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안내방송을 하고, 안전한 곳으로 피난을 유도한다. 축제 참가자가 많아 몰리는 주요 진·출입구 등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요원을 배치하게 돼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안전요원 배치 기준이 별도로 명시돼있지 않으면서 사실상 안전요원 확보는 주최측의 임의적 판단에 따르고 있다.

 

지역에서 행사나 축제가 열리게되면 주최측에서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심의를 받게 된다. 주최측이 행사 개최 3주 전 지자체 담당부서에 계획서를 제출하면 안전관리위원회에서 심의 후 보완사항 등의 의견을 전달한다. 안전관리요원 증원 등도 안전관리위 검토 및 요청 사항이다. 

 

대전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안전관리요원 증원 요구 등은 안전관리위원들의 경험과 사례에 근거한 의견”이라고 말했다.

 

보완사항의 경우 행사 개최 5일 전까지만 전달하면 돼, 권고 수준에 그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렇다보니 행사 주최측에서 예산 절감 등을 이유로 인력 배치에 소홀할 수 있어 각종 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매년 열리는 지역 행사·축제에서는 매년 사상자가 나오고 있다. 

 

연도별 지역축제 안전사고 현황을 보면 2017년 5건(7명 부상), 2018년 4건(2명 사망·6명 부상), 2019년 5건(15명 부상) 등이다. 

 

2018년 지역에서 열린 수영대회에선 참가자 2명이 심정지로 사망했다. 같은해 9월 경남 창원에서 열린 축제에선 관람객이 벤치에 부딪혀 늑골이 골절됐다. 이듬해 또다른 지역축제에선 행사장 이동 중 옆사람과 부딪혀 넘어지거나 행사장 내 진입차량과 충돌해 관람객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달 말 대전 원도심에서 열린 ‘대전 0시 부르스축제’는 행사 기간동안 약5만여명의 시민들이 찾았지만 별도의 안전관리요원 증원은 없었다. 다만 소화기 추가 배치 등의 주문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난안전전문가들은 장소적 특성과 위험성 등을 기준으로 일정 너비마다 안전요원 배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지자체 안전관리위원회 위원들의 전문성 기준 강화도 역설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행사장소를 살펴보고 골목이 있으면 골목마다 배치한다거나 일정 거리마다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상세한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선 현장전문가와 주최측이 사전답사 등 여건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이어 “지자체 안전관리위원의 경우 일부 자치구는 공공기관장 등으로만 구성하는데 전문성 확보를 더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부 지자체들은 뒤늦게 안전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다. 

 

대전시는 많은 인파가 몰리는 행사에 대한 자체 안전기준을 마련해 의무화하기로 했다. 순간 참여인원이 1000명이 넘는 행사의 경우 행사장과 주변 지역 도면을 놓고 안전 위험지역을 설정한 뒤 안전요원 배치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예컨대 지하상가 등으로 내려가는 계단의 경우 계단 아래와 위에 1명씩, 사람들이 줄지어 이동해야 하는 골목에는 20m 간격으로 1명씩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또 순간 참여인원이 1000명인 경우 10명, 2000명은 15명, 5000명은 30명 등 식으로 행사 참여인원에 따른 안전요원 배치기준도 마련한다.

 

대전시 관계자는 “1000명 이상 모이는 행사의 경우 자치구 안전관리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심의 때 이 기준을 적용하고 강력히 권고하겠다”고 말했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