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경찰이 신고를 받고도 대응이 안일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2일 야권을 중심으로 주요 고위 공직자 ‘파면’ 주장이 강하게 일고 있다. 과거 유사한 사례에 공직자들이 책임을 지고 옷을 벗은 만큼 이번에도 ‘칼바람’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많은 고위 공직자가 물러난 사례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때다. 탑승객 299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된 ‘참사’인 만큼 당시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를 책임지고, 사고 발생 11일 만에 사의를 밝혔다. 그는 업무 공백 때문에 사의를 표명하고도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유임됐다. 하지만 안대희, 문창극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하면서 사의 표명 296일 만에야 물러날 수 있었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은 바로 사의를 표명하기보다는 사고를 수습한 다음 책임을 지겠다는 이유로 6개월이 지난 2014년 12월 자리에서 내려왔다.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등 지휘부는 그해 7월 사퇴했다. 해경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해체’를 선언해서 조직이 국민안전처 산하 본부로 축소됐다가 문재인정부 때 부활했다.
대형 참사가 유독 많이 발생했던 김영삼정부 때에는 국무총리 사의 표명과 장관 또는 장관급 인사 경질이 있었다. 1993년 10월 부안군 위도 일대에서 침몰한 ‘서해 훼리호’ 사건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이계익 교통부 장관과 노태섭 해운항만청장을 경질했다. 황인성 총리도 사의를 표명했지만 사태 수습 등의 이유로 대통령이 반려했다. 이듬해 성수대교 붕괴 때도 이영덕 총리가 사의를 밝혔지만 대통령이 반려했다. 하지만 이원종 서울시장에 대해 문책성 경질이 이뤄졌다. 당시엔 서울시장이 관선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선출직 공무원의 사퇴 사례도 있다. 1999년 6월 화성에서 발생한 씨랜드 수련원 화재 참사 여파로 김일수 화성군수는 그해 10월 물러났다. 하지만 씨랜드 참사에 대한 책임 때문이라기보다는 건설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고, 여론이 더 악화하자 군의회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대형 참사 발생에도 고위직 중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적도 있다. 19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는 지방 권력 교체기와 맞물렸다. 당시 지방자치단체장이 투표로 처음 뽑혔고, 7월 임기 시작을 앞두고 있었다. 물러날 예정인 단체장과 당선자가 공존하고 있던 시기였다. 대신, 사고 후 처리 과정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조남호 서초구청장이 유족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바 있다.
190여명의 희생자를 낳은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때에는 책임지고 옷을 벗는 사람이 없었다.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조해녕 대구시장이 참사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촉구가 1년 이상 이어졌지만, 자리를 계속 지켰다. 하지만 다음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해야만 했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성수대교 붕괴 때 총리가 당일 사의 표명을 했고, 서울시장도 문책성으로 경질된 바 있다”며 “국민과 제가 얘기하는 것은 정치적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를 계속 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