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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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동의 없이도 형사 합의금 공탁 가능해져 [알아야 보이는 법(法)]

내달 9일부터 피해자 동의가 없어도 형사공탁이 가능해집니다. 형사 사건에서 ‘상당한 피해 회복(공탁 포함)’은 양형의 감경요소로 고려됩니다. 피해자에게 금전적으로나마 피해를 보상하고 합의하면 피고인의 양형에 유리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합의를 거절하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합의금을 불러 합의가 불가능할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피고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피해 금액을 변제하고자 했다는 점을 법원에 피력할 수 있는 방법이 형사공탁입니다.

 

형사공탁은 피고인이 법원에 공탁금을 맡겨두면 피해자가 추후 이를 수령해 피해 회복에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입니다. 즉 피해자가 합의를 해주지 않을 때 피고인이 선처를 받기 위해 형사공탁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2022년 12월9일 이전까지는 공탁서에 피공탁자의 성명·주소·주민등록번호 등 인적 사항을 기재해야 했고,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피해자로부터 인적 사항 제공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했습니다.

 

합의를 원하지 않는 피해자가 인적 사항 제공에 대한 동의를 해주지 않아 공탁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합의되지 않는 상황을 대비한 형사공탁 제도가 유명무실해졌던 것입니다.

 

이에 따라 피고인이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알아내고 찾아가 합의를 종용하고 협박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또는 도저히 형사공탁이 되지 않으니 대신 대형 로펌에 그 돈을 맡겨두고 언제든지 피해자에게 지급하겠다고 확약하는 방법을 시도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2022년 12월9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공탁법은 제5조의2에 형사공탁의 특례를 도입해 피공탁자의 인적 사항 대신 사건번호 등을 기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공탁서에 피공탁자의 인적 사항을 기재하는 이유는 공탁금을 받아갈 이를 정확히 특정하기 위해서인데, 앞으로는 피공탁자를 ‘어떤 형사 사건의 피해자’라는 방식으로 특정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지난달 20일 대법관 회의에서 의결된 공탁규칙 일부 개정규칙에 따라 피해자는 해당 형사 사건이 진행 중인 법원 또는 검찰에서 ‘피공탁자 동일인 확인 증명서’를 발급받아 공탁금을 수령하면 됩니다. 피공탁자에 대한 공탁 통지는 전자공탁홈페이지에 공고하는 방법으로 할 수 있는데, 만약 피해자 변호사가 선임되어 있다면 형사공탁 사실을 그 변호사에게 통지하게 되므로 피해자가 형사공탁 사실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합의를 원해도 알려주기 꺼림칙한 개인정보를 공개하지 않고도 피해 보전을 받을 수 있는 길이 마련되어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게 된 것이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모르더라도 공탁을 통해 가해자가 피해 보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객관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된 것입니다.

 

특히 피고인이 상당한 액수의 피해 변제를 하고자 하지만 피해자 측이 요구하는 합의금이 지나치게 크다면 개정된 공탁법 규정에 따른 형사공탁을 이용한다면 양형에 유의미하게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법무법인(유한) 바른 김추 변호사 chu.kim@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