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안정을 위해 외환당국이 국민연금과 스와프를 체결하고 달러화를 시중에 풀면서 ‘외화 비상금’인 외환보유액이 한 달 사이 27억달러 넘게 줄어들었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 4140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9월 말(4167억7000만달러)보다 27억6000만달러 줄어든 것이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3월부터 내림세를 이어가다가 7월 반등했지만 8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했다. 특히 지난 9월에는 외환보유액이 한 달 새 196억6000만달러 줄어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274억달러)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은은 금융기관 외화예수금·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은 증가했지만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조치의 영향 등으로 외환보유액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9월보다 외환시장 쏠림 현상이 완화되면서 변동성 완화조치 규모가 큰 폭 줄어 감소폭은 축소됐다.
한은 관계자는 “국민연금과 외환당국 간의 외환스와프, 조선·해운업체 등 수출기업의 달러화 매도 등이 국내 달러 수급 여건에 영향을 줬다”면서 “향후 원·달러 환율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 주요 통화 움직임과 과도하게 괴리돼 쏠림현상이 심화하는 경우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민연금은 올해 말까지 100억달러 한도 내에서 해외 투자에 필요한 달러를 한은에서 조달하는 외환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외환보유액을 자산별로 나눠보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국채·회사채 등 유가증권(3623억5000만달러)은 한 달 전보다 170억6000만달러 감소했다. 하지만 예치금(282억9000만달러)은 141억달러 증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교환성 통화 인출 권리인 IMF 포지션(42억6000만달러)과 특별인출권(SDR·143억1000만달러)은 각각 3000만달러, 1억6000만달러 늘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9월 말 기준 세계 9위 수준이다.
한편 1400원대 고환율이 장기화하면서 원화 파생상품에 가입했다가 손실을 본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의 현대일렉트릭은 지난달 26일 396억원의 파생상품 거래 손실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LIG넥스원도 지난달 28일 환율 변동성 심화를 이유로 274억원의 파생상품 손실을 입었다고 공시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통화거래 파생상품으로 인해 손실을 본 기업은 총 57곳, 총 손실액수는 9227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