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압사 참사와 같은 대형 사고의 재발을 막으려면 향후 상황별로 꼼꼼하게 안전관리 지침을 세워두고 이를 실행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사고 현장을 직간접적으로 겪은 이들의 트라우마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적극적인 심리치료가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다.
김동헌 우석대 대학원 교수(재난안전공학과)는 “시스템이 정착되려면 정량화가 돼야 한다”며 “인원이 몇 명 이상이 모일 때 어떤 대처를 하고, 사고가 나서 몇 명이 사망하면 어떤 조치를 한다는 등 촘촘하게 매뉴얼을 짜서 이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3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통상 1㎡ 면적에 서 있는 사람이 5명을 초과하면 발 디딜 틈이 없어져 움직임이 뒤엉키면서 위험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국은 이 같은 밀집도에 대한 명확한 안전기준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국민의 안전지식이 제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위험을 감지해 대피하듯 사람이 밀집된 곳에서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자각이 있어야 대처가 된다는 것이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장은 “이번 사건의 경우 사람이 밀집된 곳에 있을 때 압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대규모 군중이 현장에 몰려들지 않았을 것”이라며 “언론에서 계속 이 같은 안전지식을 홍보하는 등 국민의 안전지식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군중 밀집이 예상되는 행사·축제 등을 갈 땐 출구 등을 미리 확인하는 것도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일단, 군중 밀집으로 위험도가 높아졌다고 판단될 땐 피하는 게 첫 번째”라며 “혹여나 그런 장소를 가게 될 때에는 나중에 문제가 됐을 때 어디로 빠져나와야 하는지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사고 현장에서 구조에 나선 경찰·소방관, 시민 등 재난경험자들에겐 정부의 발 빠른 심리상담 지원 안내가 요구된다. 홍현주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이들에겐 아직 (사고 시점에서) 오래되지 않은 급성기 단계에서 불안하거나 우울하거나, 공황 상태처럼 멍한 반응이 오는 등 정신적인 격리가 일어날 수 있다”며 “일시적인 반응은 정상적이지만 일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정도라면 정신과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정부가 트라우마센터나 공공기관에서 받을 수 있는 서비스 등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유가족 600여명과 부상자, 목격자 등을 대상으로 통합심리지원단을 구성해 상담에 나설 계획이다. 또 이번 참사로 심리적 도움이 필요한 국민이라면 누구나 위기상담전화(1577-0199)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홍 교수는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고를 접한 이들에 대해 “추가적인 트라우마가 없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할 수 있다. 당장 관련된 영상 등에 노출되지 않을 필요가 있다”며 “마찬가지로 생활이 불편할 경우 참지 말고 빠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