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군 아연 채굴 광산에서 매몰 사고로 고립된 두 광부가 221시간 만에 극적으로 생환했다.
윤영돈 경북 봉화소방서장은 5일 브리핑에서 “전날 오후 11시3분쯤 두 분을 구조했다”며 “구조 장소는 사고 발생 장소 부근”이라고 설명했다.
사고 당시인 지난 10월26일 작업반장 박모(62)씨와 보조 작업자 박모(56)씨는 제1 수직갱도 3편 지하 190m, 수평 거리 70m 지점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들이 발견 장소는 매몰사고 당시 작업 장소로부터 약 30m 떨어진 원형의 공간이다. 사방에서 갱도들이 모이는 인터체인지 형태의 구조였다.
이들은 갱도에 고립되자 비닐로 천막을 만들어 바람을 피하고, 모닥불을 피워 체온을 유지했다. 갖고 있던 커피믹스를 물에 타 한 모금씩 서로 나눠 마시며 버텼고, 커피믹스가 떨어졌을 때는 떨어지는 물을 마셨다.
이들은 천공기를 이용한 시추작업 소리도 다 들었다고 한다. 시추작업 때 발생하는 기계 소리가 들리면 희망을 품고, 잠시 기계가 멈춰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실망했다. 또 갱도 내 폐쇄 지점을 괭이로 약 10m가량을 파내기도 했다. 막힌 지점을 파 내려가며 전력을 아끼기 위해 서로 번갈아 가며 헤드랜턴을 켰다.
고립된 갱도 폐쇄 지점은 전날 오후 10시쯤 완전히 뚫렸다. 이들은 구조 당국의 부축을 받으며 두 발로 지상에 걸어 나왔다. 사고 발생 221시간 만이다.
작업반장의 아들 A(42)씨는 “아버지는 무조건 살아야겠다고 생각하셨다고 한다”며 “너무 배가 고팠지만 하루 지나니까 배고픈 것도 잊고 계셨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작업반장 박씨는 캄캄한 갱도에 오래 있은 탓에 시간개념이 흐려져 “3일밖에 안 지났는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이 왔냐”고 가족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구급차에 오르며 보조 작업자 박씨는 구급대원에게 “미역국과 콜라가 먹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는 지난 10월26일 오후 6시쯤 광산 제1수갱에서 엄청난 양의 펄이 수직으로 쏟아지며 발생했다. 사고로 두 광부가 지하 190m 지점에서 고립됐다. 그간 구조 당국은 장비와 인력을 투입해 이들을 구출하기 위한 작업을 벌여왔다. 구조 완료 후 병원에 이송된 이들의 체온은 34∼35도로 측정됐다. 의학적으로 건강 상태 역시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