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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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취득세 제도로의 상속세 개편…‘단일세율’ 도입도 방법 [알아야 보이는 법(法)]

기획재정부가 최근 상속세 제도를 유산세 제도에서 유산취득세 제도로 개편하는 것을 검토하기 위해 ‘상속세 유산취득 과세체계 도입을 위한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 TF 구성은 우리나라 상속세 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유산취득세 제도가 도입된다면 상속 세제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생기는 만큼 TF가 내놓을 결과물에 관심이 쏠린다.

 

유산세는 사망 당시를 기준으로 남긴 유산 전체에 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이지만, 유산취득세는 상속인별로 실제로 취득한 유산에 상속세를 부과한다는 게 차이다. 만약 상속세가 단일세율이거나 상속인이 1명이라면 상속인 입장에서는 위 두 제도에 실질적인 차이가 없지만,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누진세 구조이기 때문에 상속인이 2명 이상이면 유산세 방식의 총 상속세액이 유산취득세보다 커지게 된다.

 

예를 들어 현행 상속세율은 과세표준 1억원까지 구간은 10%, 1억원 초과 5억원까지 구간은 20%다. 상속세 부과 대상 과세표준이 5억원인데 상속인 5명이 과세표준  1억원씩 상속받는 예를 들어보면, 유산세 방식은 5억원 전체를 하나의 단위로 봐 상속세를 부과하므로 누진 구조에 따라 모두 9000만원의 상속세가 부과된다. 상속인들 1인당 1800만원씩 합계 900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반면 유산취득세 방식은 상속인별로 1억원에 대한 상속세 1000만원씩 합계 5000만원의 상속세가 부과된다. 만약 10%의 단일세율이 적용된다면 유산세 방식으로도 총 5억원에 5000만원을 5명이 1000만원씩 나누어 부담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산세 방식을 취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과 영국, 덴마크 등 모두 4개국이다. 나머지는 모두 유산취득세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제외한 미국과 영국, 덴마크는 모두 상속세가 누진 구조가 아니라 단일세율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만 유산세 구조로 상속세를 더 많이 부담하는 셈이 된다.

 

또한 우리나라의 증여세는 상속세 관점으로 보면 유산취득세 방식이다. 부모로부터 자녀별로 실제 증여받는 금액에 따라 세를 내지, 부모가 자녀들에게 총 증여하는 금액을 합산한 증여세를 나눠 부담하지 않는다. 결국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 그것도 상속에만 자신이 실제로 상속하는 금액과 상관없이 상속인이 몇명인지에 따라 세금을 얼마나 부담하게 될지 결정되는 셈이다.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은 과세제도 자체를 변경하는 것이라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기획재정부에서도 TF를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유산취득세 제도의 도입 목적은 결국 상속인이 실제 받은 유산액에 비례해 세를 부담하게 하려는 것인데, 이 목적은 상속세율을 미국과 영국, 덴마크처럼 단일세율로 하면 달성할 수 있다.

 

또한 상속인별 상속 재산액은 상속재산에 관한 협의나 소송 결과 등에 상속 개시 후에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데, 단일세율 구조라면 유산세 방식으로 상속재산 전체에 1회 부과해 국가와의 상속세 관계를 정리하고 이후 상속재산 변동에 따른 상속세 분담액 차이는 상속인들 사이에서 내부적으로 정산하도록 하는 것이 간명할 것으로 생각된다. 

 

김경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soo.kim@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