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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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울산 앞바다에 순항미사일?… 2~5일 대남작전 주장 보니 [FACT IN 뉴스]

팩트체크 '대체로 사실 아님'
軍 “탐지 포착 안돼”

한·미 비질런트 스톰 훈련 ‘맞불’
KN-23·지대공미사일 등 공개
“南사격에 순항미사일 보복” 주장

‘발사 실패’ ICBM, 사진만 공개
화성-17형 탄두개량한 15형 추정
“능력 과장… 체제 결속용 선전전”

북한군이 한·미 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에 맞서 이달 2∼5일 대남 군사작전을 진행했다고 7일 밝혔다. 최근 나흘간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와 같은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과 지대공미사일, 순항미사일, 스커드 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신형 전술유도무기 등 북한군 주요 미사일들이 총 35발 발사됐다. 북한은 특히 한·미 연합훈련 3일 차인 지난 2일 울산 앞바다에 순항미사일 2발을 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런 주장은 어디까지 사실일까.

화염분사구 숫자 달라… 北 공개 ICBM, 화성-15형 가능성 북한군 총참모부는 7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를 동원해 한·미 연합 공중훈련(비질런트 스톰)에 대응한 다양한 군사작전 진행 내용을 밝혔다. 왼쪽 사진은 북한이 지난 3일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하지만 노즐(화염 분사구)이 4개인 화성-17형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나 기존 ICBM인 ‘화성-15형’(오른쪽)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북한군 총참모부는 이날 “모든 대응 군사작전들은 계획된 목적을 성과적으로 달성했으며 우리 군대의 고도의 작전수행 능력이 만족하게 평가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2일 오후 적들이 남조선 령해 가까이에 우리 미사일이 낙탄됐다고 주장하며 공중대지상유도탄과 활공유도폭탄으로 우리 측 공해상에 대응 사격하는 망동을 부렸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지난 2일 분단 이후 처음으로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쐈다. 우리 군은 F-15K와 KF-16 전투기를 동원해 ‘슬램 이알’(SLAM-ER) 공대지미사일과 스파이스 2000 유도폭탄을 동해 NLL 이북 공해상에 사격했다. 북한은 우리 군의 이 같은 대응 사격과 관련해 “함경북도 지역에서 590.5㎞ 사거리로 남조선 지역 울산시 앞 80㎞ 부근 수역 공해상에 2발의 전략순항미사일로 보복타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당시 합동참모본부 발표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것이다.

북한은 한·미 공중 연합훈련 나흘째인 지난 3일에는 적의 작전지휘체계를 마비시키는 특수기능전투부의 동작믿음성 검증을 위한 중요한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 했다고도 했다. 북한의 특수기능전투부는 강한 전자기파로 전자기기 내부의 회로를 태우는 전자기충격파(EMP)로 보인다. 북한은 이어 한·미의 ‘비질런트 스톰’ 훈련 닷새째인 지난 4일에는 3시간47분에 걸쳐 500여대의 각종 군용기를 동원해 대규모 총전투 출동작전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군 안팎에선 기만 전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북한이 실제보다 과장된 주장을 함으로써 한·미의 군사적 압박에 대등하게 맞설 능력이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 했다는 것이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5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울산 앞바다에 순항미사일을 쐈다는 주장과 관련해 “한·미 정찰자산의 탐지 및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북한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당시 포착된 순항미사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북한은 지난 3일 동해상으로 발사했으나 실패로 끝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채 사진만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에서는 화성-17형 대신 탄두 부분을 개량한 화성-15형으로 추정되는 ICBM이 등장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위원은 “북한은 ICBM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화성-15형 추정 사진을 공개했다”면서 “ICBM 기만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ICBM이 2단 분리까지는 이뤄졌으나 최고 속도 마하 15, 고도 1920㎞에 불과한 탓에 대내용 매체에 언급하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복잡한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한·미가 ‘비질런트 스톰’ 훈련을 하고 있으니, (북한이) 그동안 개발했던 첨단 무기들을 갖고 압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대내적으로 알리면서 체제 결속 성격이 큰 선전술을 펼치고 있다”며 “무언의 메시지와 기만술이 많이 섞인 선전전”이라고 설명했다.


박수찬·홍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