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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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립 방치 ‘식물 정부’ 비판 자초… 경제·외교는 선방 [尹정부 6개월 국정평가]

정치전문가 8인의 분야별 성적표
여소야대 상황 협치 못 이뤄 통치 난항
정부 개편 못하고 예산 통과도 불투명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도 추진 못해

尹, 검찰총장 시절 머무른 리더십 우려
국민 아픔 등 공감 능력 부재 지적 많아

환율·물가 관리 등 경제는 안정세 보여
안보서 한·미·일 협력 복원 등 긍정 평가
도어스테핑, 투명성 제고로 호평받아

취임 6개월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는 긍정보다 부정 의견이 더 높게 나타났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고(高) 위기’를 관리해가는 경제 정책과 한·미 확장억제 강화로 대표되는 선명한 외교 정책에 대해선 대체로 호평이 나왔다. 하지만 국내 정치를 둘러싼 윤 대통령의 리더십을 놓고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식물 정부’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윤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尹, 한남동 관저서 첫 출근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 차량 행렬이 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를 빠져나오고 있다. 취임 이후 윤 대통령의 한남동 관저 첫 출근 모습이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전날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한남동 관저로 이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제공

◆경제·외교안보 비교적 ‘호평’… 여야 협치 ‘부정평가’

한국은행이 결정하는 통화 정책과 대통령실이 주도하는 외교안보 정책 등 정부가 주도권을 쥔 일부 분야에선 대체로 긍정 평가가 나왔다. 이종훈 평론가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려운데 그나마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는 분야는 환율 방어와 부채·물가 관리 등에 있어 안정세를 보이는 경제 정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경영연구소장은 “외교·국방 분야는 나름대로 평가할 만하고, 경제·부동산 정책의 방향은 바람직해 보인다”며 “가치에 기반한 한·미·일 협력 복원과 군사협력 전개 등은 최근 세계사의 흐름에 맞는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8회 중견기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도입한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기자회견)도 호평 의견이 많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도어스테핑 자체가 소통을 잘한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정부운영의 투명을 제고하고 있다”며 “역대 대통령이 하지 못했던 걸 도입한 점에선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밖에 윤 대통령의 통치에는 전반적으로 쓴소리가 이어졌다. 여야 대립을 방치하며 여소야대 국면에서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혔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 노동·교육·연금 개혁 등 이른바 ‘3대 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는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여소야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편 등 법률 정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윤 정부가 처음 마련한 내년도 예산안조차 법정기한 내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야 협치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취임한 윤 대통령의 숙명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상병 인하대 교수는 “여야 관계, 즉 정치가 망가지면 야당이 다수를 차지한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입법이 없다. 행정명령만 갖고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엄 소장도 “대통령이 가진 첫 번째 자산은 대선 득표율로 윤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시 후보에게 0.7%포인트차에 불과했고, 두 번째 자산은 여당 의석이지만 이마저도 소수다. 세 번째 자산은 본인 지지율인데 이 모든 지표가 안 좋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정운영을 제대로 하려면 우선순위를 여야관계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사고 현장을 찾은 수녀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뉴시스

◆“여전히 법조인 리더십” 지적 나와… 통합 리더십 필요

윤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6개월 차에 30%로 하락한 이유로도 협치 부족과 국민과의 공감 능력 부족이 꼽혔다. 특히 윤 대통령의 리더십이 여전히 검찰총장 시절의 모습에 머물러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전예현 우석대 대학원 객원교수는 “이태원 참사 같은 재난이 닥쳤을 때 지도자는 국민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런데 윤 대통령은 수사를 통해 법적으로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따지려고 하는 검사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합리적 중도보수를 기대했지만, ‘종북 주사파’ 발언과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임명 등을 통해 강성 보수의 길을 가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샀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치는 타이밍인데 윤 대통령은 인사와 사과 타이밍이 늘 늦는다”며 “인사의 경우 법적으로 잘못한 게 드러나면 그때 조치하겠다고 하지만, 국민 눈높이로 봤을 때 법적 하자가 없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아직 정치인보다는 법률가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종훈 평론가는 “윤 대통령의 리더십은 평소에 손발을 맞춰봤던 한정된 사람들과 소통하는 ‘협소한 조직 지향적 리더십’, ‘보스 리더십’으로 대통령은 적을 죽이는 게 아니라 적하고도 상대해야 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며 “협치를 통해 중도층을 다시 끌어들이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현미·이우중·김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