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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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더 힘들어진다”… KDI, 2023년 성장률 2.3→1.8% 하향

경제 지표 곳곳 ‘암울한 전망’

금융위기·코로나 이후 최저치
소비자물가 3.2%로 상향조정
수출증가율 1.6%수준 그칠 듯

KDI “2023년 경기둔화 국면 진입”
“한은 빅스텝 경기 상당한 부담
금리인상 속도·폭 조절해야”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8%로 하향 조정했다. 상반기 전망 때보다 0.5%포인트 낮춘 수치다. 반면, 소비자물가는 2.2%에서 3.2%로 올려 잡았다. 국제유가가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전방위적 물가 상승 압력이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외에 경제 상황을 알 수 있는 지표 곳곳에서 올해보다 우울한 전망을 쏟아냈다.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경기 둔화 국면을 맞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마디로 ‘내년은 더 힘들다’는 의미다.

KDI는 10일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이는 최근 주요 기관들이 제시한 전망치 중에서는 한국금융연구원(1.7%)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5%, 2.1%로 제시한 바 있는데 향후 이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잠재성장률 밑도는 경기 둔화 국면”

2%에 미치지 못하는 성장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0.8%),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5.1%), 2차 오일쇼크의 영향을 받은 1980년(-1.6%) 등을 제외하고 기록한 적이 없다.

1%대 성장을 전망한 것은 우리 경제가 맞이한 ‘복합 위기’ 심각성이 고스란히 나타났다는 평가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경제성장률만 갖고 경기 국면을 판단하는 건 아니지만 2%대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성장률을 고려할 때 ‘경기 둔화 국면’으로 진단했다”고 설명했다. KDI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8%에서 2.7%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경기 둔화 지표는 곳곳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총수출 증가율이 내년에 1.6%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올해 예상되는 수출 증가율(4.3%)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KDI는 민간소비도 지난 5월 전망치(3.9%)에서 0.8%포인트 낮춘 3.1% 증가로 조정했다. 고물가에 따른 실질 구매력 저하와 시장금리 상승으로 올해 예상되는 증가율(4.7%)보다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물가는 내년에도 3.2%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전망치보다 1.0%포인트나 올려잡은 수치다. 특히 국제유가가 안정될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에너지 가격이나 곡물 가격 상승이 우리 경제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KDI는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도 전체적으로 낮은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이날 발표한 ‘2023년 세계 경제 전망’에서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2.4%(구매력평가 환율 기준)로 제시했다. KIEP가 지난 5월 내놓았던 전망치(3.6%)보다 1.2%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김흥종 KIEP 원장은 “현시점에서 세계 경제 성장의 키워드는 ‘긴축과 파편화 속에 억눌린 회복’”이라며 “인플레이션에 따른 통화 긴축과 이에 따른 재정 부담,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 외에도 미·중 전략 경쟁이 불러오는 글로벌 공급망의 파편화는 세계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0일 경기도 수원시의 한 은행에 담보대출 금리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빅스텝 경기에 부담… 금리 인상 속도 조절해야”

KDI는 이 같은 경제 상황에서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경기 둔화를 고려해 거시정책 긴축의 속도와 강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KDI는 “고물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되, 경기가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도록 완만한 속도로 올려야 한다”며 “특히 민간 부채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시장금리가 빠르게 상승할 경우 내수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또 우리나라 상황과 미국·유로존의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최근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고 있는 미국·유럽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며, 향후 물가 상승 압력도 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다.

정 실장은 “이달 말에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있을 텐데, 가능하면 낮은 폭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 가면서 물가 상승세를 지켜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추세가 지속된다면 경기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를 고려하더라도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KDI는 재정정책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에서 진행된 확장적·완화적 정책의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안용성 기자, 이강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