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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70% “이태원 참사 정부 대응 잘못”...1차 책임 ‘尹과 정부’ 최다 지목 [한국갤럽]

1차 책임 ‘尹과 정부’ 최다 희생자 연령대인 20·30, 부모님 연령대인 40·50대 “정부 대처 부적절”
부적절하다고 평가한 이유는 ‘책임회피·늦장 대처·사전 대응 미흡’
군중 압사 사고 공포 커진 한국…70%는 “압착 사고 걱정 돼”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이 이태원 참사 엿새째인 지난 3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국민 열 명 중 일곱 명은 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의 수습과 대응 과정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태의 일차적 책임이 누구에 있다고 보는지 물은 결과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라는 응답이 20%로 가장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약 열흘이 지난 이달 8~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6명에게 정부의 수습과 대응에 관해 물은 결과 70%는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적절하다’고 답한 이들은 20%에 불과했다. ‘모름/응답거절’은 10%다.

 

사실상 대부분의 응답자가 부적절하다고 본 것이다. 이태원 참사를 근거리에서 겪은 서울(63%), 인천/경기(74%)는 물론 대전/세종/충청(71%), 부산/울산/경남(66%)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과반이다.

 

참사 희생자들과 비슷한 연령대인 20대(71%), 30대(74%), 또 희생자의 부모님 연령대인 40대(84%), 50대(73%)는 압도적으로 정부의 대처가 부적절했다고 답했다.

 

심지어 국민의힘 지지층(46)과 보수층(51%)도 절반가량은 정부의 사태 수습과 대응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다만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들은 52%가 대응을 잘했다고 판단했다.

 

정부 대응을 부적절하게 평가한 이유로는 1위 책임 회피/꼬리 자르기/남 탓(20%), 2위 늦장 대처(17%), 3위 무방비/사전 대응 미흡(14%) 등었다.

 

그밖에 경찰 잘못/인력 배치 문제(11%), 안전 시스템 부재/지휘 체계 부실(6%), 신고·민원 묵살(4%) 등 경찰의 잘못을 꼬집은 이유도 많았다.

 

정부의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들은 신속한 사후 조치(16%), 대응 잘함/무리 없음(15%) 등을 꼽았다.

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에 추모 글귀가 붙어 있다.뉴스1

 

이태원 참사의 일차적 책임 소재는 ‘윤 대통령과 정부’에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20%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경찰/지휘부/청장’(17%), ‘본인/당사자/그곳에 간 사람들’(14%)에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이라고 답한 이들은 8%,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7%,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5% 순이었다.

 

갤럽 측은 “여야 지지층 간 책임 소재 인식차가 컸다”며 “국민의힘 지지층은 ‘당사자’(25%), ‘경찰/지휘부/청장’(22%), ‘용산경찰서/서장’(10%) 순이었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대통령/정부’(34%), ‘경찰 지휘부/청장’과 ‘행정안전부/장관’(각각 15%)을 지목했다”고 분석했다.

 

도심에서 벌어진 대형 압사 사고에 국민의 공포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그런 사고를 당할까 봐 걱정되는지 물은 결과(4점 척도) ‘매우 걱정된다’ 52%, ‘어느 정도 걱정된다’ 21%로 집계됐다. 73%가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별로 걱정되지 않는다’ 16%,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 8%로 나타났으며, 3%는 의견을 유보했다.

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에 시민들이 적은 추모글과 꽃이 놓여져 있다.뉴스1

 

군중 압착 사고가 ‘매우 걱정된다’는 응답은 고연령일수록 많았다. 20대는 24%, 30대는 34%인데에 비해 70대 이상은 75%까지 치솟았다. 이번 참사의 희생자 대부분이 젊은이었던 것을 고려한다면 예상 외의 답변이다.

 

갤럽은 “같은 상황에 직면한다면 신체 조건이나 체력 면에서 젊은이보다 불리한 고령자에게 더 치명적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군중 압착 사고에 대한 우려 정도와는 별개로 ‘귀하가 사고를 당할 가능성(인지적 판단)은 어느 정도로 보는가(4점 척도)’를 물은 결과 사고 가능성이 ‘많이 있다’ 25%, ‘어느 정도 있다’ 30%로 나타났다.

 

20대의 62%, 30대의 59%, 40대의 63%가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데에 비해 60대는 45%, 70대 이상은 44%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젊은층의 경우 압착 사고에 대해 심각한 수준으로 우려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사고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상당히 상반된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갤럽은 “20~40대는 출퇴근 시간대 대중교통, 다중이용시설 방문 등 밀집한 곳에 자주 간다는 점에서 이해된다”고 정리했다.

 

한편 조문과 관련해 64%는 이태원 희생자들을 위한 분향소가 가까운 곳에 있다면 ‘조문하러 갈 의향이 있다’(‘이미 조문했다’ 포함)고 밝혔다.

 

조문 의향자는 20·30대(50%대 중반)보다 50·60대(70% 내외), 군중 압착 사고 우려감이 클수록(매우 걱정 76%·걱정 없음 40%대) 많은 편이다.

 

이번 조사는 전화조사원 인터뷰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한국갤럽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