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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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대출 기류… 은행 신규 주담대 70% 이상이 고정금리

지난 10월 우리은행 90%까지 차지
NH·신한도 고정형 비중 압도적
긴축 기조 예상보다 장기화 우려
변동금리와의 격차 축소도 영향

저축은 ‘금리 노마드족’에 골머리
이자수익 쫓아 이동… 수신고 부담
조달 경쟁 심화… 7% 예금 나올 듯

최근 주요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대출자 중 70% 이상이 변동금리가 아닌 고정금리를 선택하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도 변동금리를 고집하는 대출자가 대부분이던 기류에 변화가 찾아온 셈이다. 미국발 긴축 기조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는 데다, 은행도 부실 위험 관리 차원에서 고정금리 대출의 비중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며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를 웃도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대출(여신) 시장에서 차주의 고통이 커지는 상황과 달리 예·적금(수신) 쪽에서는 높은 금리와 그에 따른 이자 수익을 쫓아 수시로 자금을 옮기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에 내걸린 대출 현수막. 연합뉴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지난달 신규 주택담보대출 중 90%가량이 고정금리를 조건으로 이뤄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작년 말에는 고정금리 비중이 20% 정도에 불과했는데, 최근 수개월 사이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도 “최근 실행되는 주택담보대출의 대부분은 고정금리”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한은행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9월 67%에 이르렀고, 지난달에는 70%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분위기가 확 바뀐 것은 금융소비자의 ‘긴축 체감’뿐 아니라 변동금리와의 격차 축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일반적으로 장기물 채권과 연동된 고정금리는 미래 불확실성 탓에 변동금리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 지난해 4분기 이후 본격적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었지만, 최근까지 고정금리가 외면받은 것도 꾸준히 변동금리를 0.5%포인트 안팎으로 웃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1일 기준 KB·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코픽스 기준)는 연 5.180∼7.711%, 고정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5.300∼7.273% 수준이다. 하단의 차이가 0.12%포인트에 불과하고, 상단은 오히려 변동금리가 0.438%포인트나 높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 대출자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금융 당국도 고정금리 대출을 독려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이 우대금리 등을 통해 고정금리를 낮춘 것도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대출자의 금리 선택 행태가 바뀌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 대출을 포함한 전체 가계대출 기준으로는 여전히 변동금리 조건 대출이 지나치게 많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 중 고정금리 비중은 21.5%에 그쳤다. 2014년 4월(23.8%) 이후 8년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예금 시장에서는 한 푼이라도 더 많은 이자 수익을 얻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금리가 더 높은 예·적금 상품을 찾아 자금을 수시로 옮기는 ‘금리 노마드족’의 영향으로 저축은행 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앞서 지난달 한은이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이후 저축은행이 최고 6%대 중반에 이르는 예·적금 특판을 진행하자 금융소비자의 ‘오픈런’이 빚어졌고, 저축은행중앙회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자금을 유치하더라도 이내 다른 저축은행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면 순식간에 자금이 이탈하는 사례가 반복되며 저축은행이 수신고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규모가 작은 저축은행일수록 수신 자금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않을 경우 경영 상태가 건전한데도 갑작스레 자금 변통이 안 돼 발생하는 ‘흑자도산’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경영하고 있는데도 하루 만에 큰 금액이 오락가락하는 현상은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밝혔다.

 

조달 경쟁 심화로 인해 저축은행업계에서 조만간 연 7%대 정기예금 상품의 등장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저축은행은 은행과 달리 정기예금 등 수신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은행보다 수신 금리를 높게 유지해야 안정적으로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