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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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역 활성화 위한 하천 정책 변화 필요

하천은 시대와 입지에 따라 그 역할을 달리한다. 과거엔 홍수를 막고 물을 공급하는 역할이었다면 현대 도시에서 하천은 물과 자연환경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과 쾌적함을 가진 쉼터이자 힐링의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 더하여 수변이 가지는 매력과 쾌적함, 열섬 완화 효과 등 기후변화 대응 측면까지 포화된 도시에서 많은 잠재력을 지닌 제3의 영역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서울시도 수변을 도시 공간의 핵심 요소로 하는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수변을 시민 생활 속으로 돌려주기 위한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시민들이 생각하는 서울의 대표 하천은 한강이다. 하지만 크고 작은 70여개의 지류 하천 292㎞가 도심 곳곳을 흘러 한강으로 합류하고 있다. 한강 중심 개발에 밀려 그간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변두리로 인식되었던 지류 하천이 시민의 생활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이다.

김성은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

서울연구원에서는 중랑천, 탄천, 안양천, 홍제천을 중심으로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하천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조사했다(4월, 시민 2400명 대상 대면 설문조사). 조사 결과 안양천과 중랑천 이용 시민의 25%는 매일 하천을 방문하고, 금·토요일 정오∼오후 6시에 가장 많이 방문하며, 평균 2시간 머물렀다. 전체 하천을 보면 평균적으로 한 달에 10회가량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천의 이용 목적과 활동에 대한 질문에 안양천과 중랑천은 산책이나 운동이 90% 이상이었으나, 탄천은 자전거 타기가 57%, 홍제천은 친목 활동이 60%로 하천별로 특성이 달랐다. 특히 홍제천 이용자의 상당수는 주변의 카페나 음식점 이용 후 하천을 방문하여 친목 활동·취식을 해 상권과 연계된 하천 이용이 활발함을 알 수 있었다.

하천을 방문하는 방법은 도보가 80%, 자전거 20%, 대중교통 4.3%, 차량이 3.3%였으며, 평균 19분을 걸어 하천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천 이용 시 중요하게 고려하는 가치는 우수한 경관이 31.1%, 휴식 환경이 20.7%, 생태가 20.1% 순이었으며 수변과 연계하여 선호하는 라이프스타일로는 힐링 라이프가 65.2%, 헬시 라이프 51.1%, 취미·여가 라이프 38.6%, 맛집 라이프 26.5% 순이었다.

하천 이용 시설에 대해서는 휴게 시설과 편의 시설이 추가되어야 한다는 답변이 많았으며, 선호 시설은 10∼20대는 휴게 시설, 30대 이상에서는 편의 시설, 여성은 편의 시설, 남성은 운동 시설로 연령대와 성별에 따라 다양하였다. 조사를 통해 지역과 연령에 따라 하천을 이용하는 목적도, 희망 사항도 다양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일상에 대한 기대도, 공간을 바라보는 가치도 달라졌다. 시민들은 집 가까운 야외에서 수준 높은 여가를 즐기고 싶어 한다. 그런 기대를 충족할 공간이 수변 공간이다. 더 다양하고 높아진 시민들의 수요를 반영한 수변 공간의 변화가 필요하다.

하천은 시민의 삶의 질은 물론 도시 매력을 높이는 요소로 활용돼야 한다. 현재의 하천 구역에는 고정식 건축물 설치가 제한되어 있어 시민들의 다양한 수요를 반영한 공간 활용이 어렵다. 당연히 홍수 안전은 전제돼야 한다. 이제는 홍수 안전이 확보되는 범위 안에서는 시설물 설치를 허용하는 유연한 규제 적용이 필요하다. 수변이 시민들의 생활 속으로, 도시의 매력 공간으로 재편되기를 기대한다.


김성은 서울연구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