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전국 당원협의회(당협)를 대상으로 한 당무감사에 본격 착수하기로 했다. 한동안 공석이었던 당무감사위원장에 율사 출신 이성호 전 국가인권위원장이 임명됐다. 앞서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통한 전국 사고당협(위원장이 공석인 당협) 조직위원장 공모 절차를 밟고 있는데 이어 당내 일각에서 반발 목소리가 잇따른 당무감사까지 개시하면서 여당의 내홍이 재발하는 것 아니냔 우려도 나온다.
당 비대위는 14일 회의에서 당무감사위를 구성하기로 하고, 이 전 위원장 임명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평생 공정과 정의를 실천한 이 전 위원장을 당무감사위원장으로 모셔 국민의힘을 바로 세우고, 역동적인 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자신이 이 전 위원장을 추천했다고도 밝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지낸 이 전 위원장은 박근혜정부 때 인권위원장으로 임명돼 3년 간 재직했다. 당시 정 위원장이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원내대표로 인권위 등을 소관하는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 비대위원이자 판사 출신인 전주혜 의원과도 서울중앙지법 재직 시절 친분이 있었다고 한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는 조만간 위원들을 선임하고, 당무감사를 공고할 예정이다. 감사는 공고 2개월 뒤 시작된다. ‘1호 감사 대상’이 누가 될 지가 관심사다. 당 안팎에선 최근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책임론이 제기된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이 첫 타자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김병민 비대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지역 재난안전 책임자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수 차례 거짓말로 국민 공분을 자아낸 용산구청장도 감사 대상에 올려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각종 비위 연루 의혹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들과 당협 관리나 운영활동에 소홀했던 당협위원장 등이 직을 박탈당하거나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될 것으로 보인다.
당 비대위는 당무감사를 매년 한 차례 실시해야함에도 2020년 4월 총선(국회의원선거) 이후 한 번도 진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이유로 댔으나, 당내에선 의구심 어린 시선도 여전하다. 이번 당무감사와 사고당협 조직위원장 인선 등에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를 최대한 늦추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 아니냔 말도 나돈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비대위가 당무감사도 하고, 사고당협도 채운다는 게 적절해 보이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견을 전제로 “당무감사와 전대 시기는 연동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면서 “(전대 시기는) 비대위에서 논의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한편, 국민의힘 조강특위도 이날 2차 회의를 열고 이준석 전 대표 때 조강특위의 사고당협 조직위원장 공모에 신청했던 이들의 기초서류를 면밀히 검토했다고 밝혔다. 회의 전엔 정 위원장 주재로 조강특위 위원장(한기호 사무총장)과 위원들(이양수 전략기획부총장, 엄태영 조직부총장, 최춘식·배현진 의원, 함경우 경기 광주갑 당협위원장, 함인경 변호사)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을 했다. 정 위원장은 임명장 수여식 직후 열린 비공개 간담회에서 “국민의힘을 제22대 총선에서 ‘이기는 정당’으로 만드는 데 조강특위가 초석을 놓아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