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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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피시설 있다고 집값 떨어진다?… “뚜렷한 상관 관계 없다” [심층기획-폐기물 7000t의 딜레마]

집값과 소각장 관련 있을까

양천구 자원회수시설 주변 아파트들
집값상승률 최고 191%… 주변과 비슷

자원회수시설(소각장)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자기 집값만 걱정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이라고 비난받기 일쑤다. “속으론 집값이 걱정되면서 겉으론 건강 피해를 운운한다”는 식의 이야기다.

서울시의 ‘자원회수시설 주변 주민건강영향조사’에선 소각장이 부동산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지 주민 의견을 묻는 항목도 있다. 이에 따르면 노원과 강남, 양천 등의 소각장 인근 주민들은 모두 소각장이 부동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실제론 어떨까.

서울시에 따르면 양천구 자원회수시설 주변 A와 B아파트의 2016∼2020년 집값 상승률은 174%, 191%로 양천구 다른 아파트의 상승률(179∼189%)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파트 가격이 기피 시설뿐 아니라 재건축 가능성, 단지 규모, 입주 연도, 편의 시설, 교육, 교통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기 하남시 유니온파크는 지하에 소각장과 재활용 선별 시설, 음식물 자원화 시설 등 기피 시설을 품고 있으면서도 지역 랜드마크로 거듭난 곳이다. 이 주변도 소각장 이격거리와 부동산의 상관관계를 뚜렷이 확인하기는 힘들다. 4차선 도로를 두고 떨어진 C아파트의 전용면적 85㎡ 최고가는 지난해 11억9500만원이었고, 최근에 9억4900만원에 매매됐다.

여기서 작은 개천 하나를 건너면 이보다 세대수가 좀 더 많은 D아파트가 있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74㎡는 지난해 최고 9억5600만원에, 최근엔 6억원대에 거래됐다. 유니온파크에서 700m 가량 떨어진 E아파트는 전용면적 85㎡ 기준 10억2000만원에 최고가를 찍고 지금은 8억8000만원으로 내려왔다.

조주현 건국대 명예교수(부동산학)는 “기술 발전에 의해 소각장의 유해물질 저감 능력이나 외관이 과거에 비해 개선됐고, 시설이 주변 지역과 상호 작용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소각장과 집값의 관계를 일률적으로 설명하긴 어렵다”며 “분명한 건 주민들이 ‘왜 우리만 희생당하느냐’라고 느끼지 않도록 그에 상응하는 편익을 가져다줄 수 있도록 꾸준히 설득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윤지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