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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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시진핑 “우크라서 핵사용 반대”… 대만·인권문제 입장차

바이든, 習에 “北 도발행동 우려
北에 책임 있는 행동 촉구해야”
대만 등 현안 ‘레드라인’ 확인
“블링컨, 후속 논의 위해 방중”

회담 전부터 공식합의 도출 선 긋기
차이 관리·대화 필요성에는 공감대
두 정상, 안정적 정치적 기반 마련
관계개선 통해 갈등 완화 의지 확인
바이든 “인태지역 철통 방어” 재확인
中에 北 도발 억제 협조 압박 나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첫 대면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충돌을 피하고 안정적인 궤도를 찾아야 한다는 점을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 갈등을 포함해 북한, 대만, 우크라이나 문제 등 여러 현안에 대한 입장에서는 각자 양보할 수 없는 최후선인 레드라인과 충돌을 막는 가드레일 사이를 오가는 긴장감을 연출했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발리=AP뉴시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에서 이날 오후 5시36분(현지시간) 만나 악수한 뒤 회담을 시작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 손을 잡고 “만나서 반갑다”(Good to see you)는 인사를 건넸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중국과 미국은 경쟁이 충돌로 변하지 않도록 차이점을 관리할 책임이 있다”며 “상호 협력이 필요한 긴급하고 글로벌한 문제에 대해 함께 협력할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현재 중·미 관계가 직면한 국면은 양국과 양국 국민의 근본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국제사회의 기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함께 중·미 관계를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 궤도로 되돌려 두 나라를 복되게 하고 세계에 혜택을 주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오후 8시48분까지 3시간여 동안 이어진 회담에서 “미국은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계속하겠지만 경쟁이 갈등으로 비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중국 정책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대만에 대한 일방적 현상 변경에는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며 북한이 책임있게 행동하도록 국제사회가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도태평양 동맹국에 대한 철통같은 방위공약을 재확인했다. 두 정상은 각자의 우선순위와 의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했으며, 핵전쟁이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백악관은 덧붙였다.

5년 만에 재회… 웃으며 인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기 전 악수를 하러 다가가고 있다. 두 정상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된 이날 회담에서 미·중 무역갈등을 비롯해 북한, 대만, 우크라이나 문제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지난해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다섯 차례 전화 또는 화상 회담을 했으나 대면 정상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발리=AFP연합뉴스

시 주석은 회담에서 대만 문제에 대해 “중국의 핵심 이익의 핵심이자, 중·미 관계의 정치적 토대이자, 넘으면 안 되는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측 발표 자료에는 북한과 관련한 내용은 들어있지 않았다. 다만 양측이 모두 이번 회담을 심도 있고 솔직하며 건설적으로 평가했다며 두 정상이 정기적인 접촉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회담 후속 조치 논의를 위해 방중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취임한 뒤 시 주석과 직접 만난 것은 처음이다. 가장 최근 대면 만남은 부통령 시절이던 2017년 1월 다보스 포럼 때였다.

 

◆바이든·시진핑 3시간 ‘세기의 대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4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충돌을 피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 애초 공동 성명이 없을 것으로 선을 긋고 시작한 회담이다 보니 각자의 레드라인(한계선)을 확인하는 데 중점을 둔 모습이었다. 양측이 지속적으로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했지만 레드라인의 격차가 커 향후 양국 갈등 해결의 실질적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세 번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두 번째)이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가진 첫 대면 정상회담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대화하고 있다. 미국 측에서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이, 중국 측에서는 왕이 외교부장 등이 각각 배석했으며, 두 정상을 제외한 배석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회담에 임했다. 발리=로이터연합뉴스

◆분쟁은 피하자… 미·중 관계 리셋 시도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이날 처음 이뤄진 미·중 대면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첫 일성으로 ‘관계 개선’을 꺼내들며 향후 갈등 완화 가능성이 감지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양국이 충돌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점을, 시 주석은 양국 관계를 바른 궤도로 돌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차이를 관리하고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데 두 정상이 공감대를 이룬 것이다.

 

회담 준비 과정에서도 양측은 대화와 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캄보디아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레드라인이 어디에 있고 향후 2년간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진솔하게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도 “이견을 적절히 처리하고 호혜적 협력을 추진하고, 오해와 오판을 피하며 중·미 관계가 건전하고 안정적인 발전의 바른 궤도로 다시 돌아가도록 추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 위협, 대만 둘러싼 갈등 여전

 

양국 정상이 관계 회복을 강조했지만 현안을 논의한 비공개 회담에서 양측은 물러서지 않고 자국의 주장을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있다. 발리=AP뉴시스

회담 전부터 북한의 핵실험 등 도발을 막기 위해 역내(동아시아) 미국의 군사력 강화 카드를 꺼내들었던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도 중국에 “북한에 책임있는 행동을 촉구해야한다”며 압박에 나섰다.

 

동아시아에서 미국 군사력이 증강되면 단순히 북한 위협에만 대응하는 게 아니라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 중국의 핵심이익이 걸린 지역으로 언제든 투입이 가능해진다.

 

중국이 이를 원치 않는다면 북한의 도발을 막는 데 협조하라는 일종의 압박 전략이다. 중국으로서는 북한 도발을 방치해 동아시아에서 미국 군사력이 증강되면 대만 통일 실현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중국 측의 힘에 의한 현상(現狀) 변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드러내며 대립했다.

 

시 주석은 “대만을 중국에서 분리하려는 사람은 중국 국가의 근본적인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고 중국 국민들은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발리=AP뉴시스

미·중 무역 전쟁과 관련해 미국은 중국이 첨단기술 도둑질이나 보조금 지급 등 불공정 관행을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한 반면, 중국은 미국이 반도체 등 핵심기술에 대한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과 보호무역주의를 시도하는 것에 날을 세웠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미국은 두 정상이 우크라이나서 핵사용 반대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주장했지만, 중국측은 우크라이나 현 상황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회담 재개를 지지하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미국에도 미국식 민주주의가 있듯이 중국에도 중국식 민주주의가 있다”며 “중국의 전 과정 인민민주주의는 현실과 역사, 문화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인민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고 체제 전쟁에서도 물러서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베이징·워싱턴=이귀전·박영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