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위한 추모미사를 14일 진행한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사제단)이 미사에서 희생자들의 이름을 언급했다.
사제단 대표인 김영식 신부는 이날 오후 7시부터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연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위한 추모 미사’ 강론에서 희생자들의 이름을 한 명씩 말했다. 미사에는 사제단 소속 신부와 수녀 그리고 신자 등 8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론에 앞서 김 신부는 “희생자들이 쉬이 갈 수 없는 길을 떠났다”며 “우리는 쉬이 보낼 수 없는 비통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서 묻는다. 158명이나 되는 생명이 죽었는데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이런 고통스러운 참사가 재발되지 않게 시민 안전을 책임지고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며 “언론은 참사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이고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느냐를 매섭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무엇 때문에 우리의 아들과 딸, 손자, 손녀, 이웃사촌이 보호받지 못하고 죽어야 했는지 밝혀야 한다”며 “정부와 언론은 애도를 말하면서 오히려 시민들을 강제된 침묵속으로 가둬두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김 신부는 그러면서 “원인을 규명해달라고 요구하고 참사의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패악이라면 우리는 패악질을 서슴지 않겠다”며 “패악질을 서슴지 않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제단은 배후가 되고, 그들의 동반이 되겠다. 그들의 손을 잡고 미래의 희망찬 나라로 함께 가자고 기도하겠다”고 언급했다.
앞서 시민언론 ‘민들레’는 ‘더탐사’와의 협업을 거쳐 같은 날 희생자 155명의 이름을 기사형식으로 소개했다. 이 매체는 “지금까지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때 정부 당국과 언론은 사망자들의 기본적 신상이 담긴 명단을 국민들에게 공개해 왔으나, 서울 이태원에서 단지 축제를 즐기기 위해 거리를 걷다가 느닷없이 참혹한 죽음을 맞은 희생자들에 대해서는 비공개를 고수하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인재(人災)이자 행정 참사인데도 사고 직후부터 끊임없이 책임을 회피하며 책임을 논하는 자체를 금기시했던 정부 및 집권여당의 태도와 무관치 않다”고 보도했다.
민들레는 “한국 언론도 과거 서해훼리호 침몰,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화성 씨랜드 화재, 대구 지하철 화재, 이천 냉동창고 화재, 세월호 침몰,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등 대형 참사에서 희생자의 이름과 나이, 성별, 안치 병원 및 장례식장, 때로는 소속 학교와 직장까지 명단으로 보도해왔다”며 “이번에 시민언론 민들레와 더탐사가 공개한 명단은 얼굴 사진은 물론 나이를 비롯한 다른 인적 사항에 관한 정보 없이 이름만 기재해 희생자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최초 보도 당시 155명의 희생자 이름이 모두 공개된 이미지를 함께 게재했으나, 이후 일부 유족의 항의를 받은 듯 “신원이 특정되지 않지만 그래도 부담스럽다는 뜻을 전해온 유족 측 의사에 따라 희생자 몇 분 이름은 성만 남기고 삭제했다”며 처음 게재했던 이미지는 삭제하고 일부 희생자의 이름도 성(姓)만 남겨뒀다.
민들레와 협업한 것으로 알려진 시민언론 ‘더탐사’는 최근 공식 유튜브 채널 게시판에서 “이태원 피해 사망자들의 명단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으로 모두 넘겼다”며 “추모미사에서 모두 공개할 것으로 잠정합의했다”고 밝혔으며, 해당 게시물에는 더탐사와 사제단에 감사하다는 누리꾼들의 댓글 등이 이어졌었다. 이에 사제단 측 관계자는 14일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