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산 서버가 다운됐습니다. 복구될 때까지 수기로 하겠습니다.”
축구장 1개 크기의 벌판에 넓게 펼쳐진 대형 컨테이너와 조립식 텐트 수십 동 안에서는 의료진과 행정인력, 환자들이 뒤섞여 긴급한 목소리가 오갔다. 지게차 사이에 복부와 골반이 끼였던 최성락(23)씨는 극심한 골반 통증과 왼쪽 하복부의 통증을 호소해 엑스레이 검사를 받고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15일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는 ‘규모 7.8의 지진이 지난 12일 오후 2시 국내 동부 해안에 발생해 그 여파로 이날 현재 350명의 사상자가 나왔다’는 상황을 가정하고 경기 여주에서 이동형 병원 운영 훈련을 전개했다. 중앙 재난의료지원팀(DMAT) 62명과 모의환자 31명, 물류업체 인력 등 총 130명가량이 훈련에 참여했다.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제대로 쓰이지 않아 뭇매를 맞았던 재난안전통신망(PS-LTE)도 활용됐다.
이동형 병원은 테러와 전쟁, 자연재해 등 재난 발생 시 현장에서 신속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17년 12월 도입됐다. 이동형 병원은 레벨(1∼3)에 따라 장비·인력 규모가 달라지는데 이날 적용된 레벨3 때는 50병상 규모로 병원이 설치되고, 의료진과 행정인력 70여명이 투입된다.
도입되고 5년간 매년 혹서기와 혹한기 때의 훈련을 제외하면 이 시설이 실제로 전체 전개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내에서 레벨3 규모의 이동형 병원이 설치될 정도의 재난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동형 병원은 의료 인프라가 부족하고, 권역별 DMAT이 감당하기 어려운 재난 상황이 장기간 벌어질 경우를 대비해 구축한 체계이기 때문에 도심에서는 일반적으로 활용되지 않는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초기에 환자를 돌봤던 경북대병원에 레벨1 수준이 파견되는 등 이동형 병원 일부가 동원된 적 있다.
김성중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은 “경찰, 소방 등과 같이 협력할 수 있는 다양한 훈련을 준비해서 여러 재난 상황을 대비하는 게 앞으로의 숙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