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이재명 최측근’ 정진상 檢서 14시간 조사 받아…혐의 적극 반박

검찰, 이르면 이번주 구속영장 청구할 듯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사진)을 15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4시간가량 조사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 실장은 2013∼2020년 성남시 정책비서관·경기도 정책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대장동 일당'에게서 각종 청탁 명목으로 총 1억4천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또 대장동 사업 특혜 제공 대가로 김만배 씨와 보통주 지분 중 24.5%에 해당하는 배당(세후 428억원)을 나눠 갖기로 약속한 혐의(부정처사후수뢰), 위례 신도시 개발 사업에서 비공개 내부 자료를 민간업자들에게 흘려 거액의 이익을 챙기게 한 혐의(부패방지법 위반)도 받는다.

 

지난해 9월 29일 검찰의 압수수색이 임박하자 유 전 본부장에게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지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있다.

 

정 실장은 이날 오전 9시께 대기 중인 취재진을 피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뒤 오후 11시께 청사에서 떠났다. 그는 사전에 검찰에 비공개 소환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자택, 민주당사 내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지 엿새 만에 정 실장을 소환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조사에서 정 실장의 각종 혐의뿐만 아니라 이 대표와의 연관성도 추궁했다.

 

정 실장은 이같은 검찰의 추궁에 "사실과 다르다"며 적극적으로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김용(구속기소) 민주연구원 부원장과는 다른 태도다.

 

다만 검찰이 혐의를 부인하는 정 실장에게 추가 질문을 하며 반박을 듣기보다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조사를 빨리 마무리하는 데 방점을 찍은 모습이었다고 정 실장 측은 전했다. 검찰은 정 실장을 상대로 준비한 질문지는 모두 소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실장은 1990년대 중반 이 대표가 성남 지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인연을 맺은 뒤 각종 선거와 성남시·경기도·민주당에서 가까이서 보좌한 '복심'으로 꼽힌다.

 

검찰은 20여년간 밀접한 관계였던 두 사람이 '정치적 공동체'라고 본다. 정 실장이 대장동 일당에게 받은 돈이 이 대표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쓰였을 수 있다고 의심하는 셈이다.

 

정 실장은 그러나 유 전 본부장 진술에만 근거한 의혹이니만큼 물증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이 대표와의 관계도 성남시에서 6급, 경기도에서 5급 별정직으로 일한 여러 명의 보좌진 중 한 명일 뿐이며, 정치적 공동체라는 검찰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압수수색 영장에 범죄사실만 26쪽 분량으로 기술했는데도 이날 조사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지 않았던 만큼 추가 소환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 개편 이후 4개월 동안 사실상 재수사를 통해 성남시 공사 측과 대장동 일당의 유착 관계 형성과 불법 이익 분배의 실체적 진실에 한 발 더 접근할 수 있었다"며 혐의 입증을 자신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