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귀 아산시장과 김희영 아산시의회 의장이 직접 휠체어를 타고 아산 도심지를 이동하며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체험 행사를 가졌다.
16일 아산시에 따르면 박 시장과 김 의장은 전날 함께 휠체어 체험 행사를 가졌다. 행정부와 의회의 수장이 함께 체험 행사를 가지고 공감함으로써 효율적인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지원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다.
박 시장과 김 의장은 온양온천역을 출발해 횡단보도를 건너 은행 ATM 서비스를 이용하고 종합일자리지원센터를 방문한 뒤 저상버스를 이용해 아산종합버스터미널까지 이동했다.
두 사람은 횡단보도를 반도 건너지 못했는데 빨간 불로 바뀌는 짧은 신호, 휠체어로 이동하기 어려운 도로의 턱과 경사로, 휠체어가 방향 전환할 여유 공간도 없는 좁은 장애인 진입로 등을 직접 체험했다. 시장과 의장은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손볼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박 시장은 휠체어에 탄 채 은행ATM 기기를 이용하려다 큰 불편을 겪었다. 터치스크린의 밝기와 글자가 서서 이용하는 사람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장애인단체 관계자가 “무릎이 들어갈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비밀번호를 누를 수 없어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설명을 보태자, 박 시장은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은행 비밀번호나 통장 잔액 같은 개인정보까지 타인과 공유해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휠체어 공간이 확보되고 터치스크린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ATM 기기도 있는 걸로 아는데, 지점마다 적어도 1대는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너무 좁게 설계되어 있어 일반 휠체어보다 폭이 넓은 전동 휠체어는 진입할 수 없는 유명무실한 장애인 출입구, 대기 승객이 많을 때는 휠체어가 타고 내릴 공간이 확보되기 어려운 버스 정류장의 상황 등을 꼼꼼하게 체크했다.
김 의장은 “늘 다니던 길인데도 휠체어로 이동하니 위험천만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면서 “오늘 정말 귀한 체험을 했고, 느낀 점도 많다. 어떻게 정책과 행정에 반영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내년이면 아산시의 모든 버스가 저상버스로 교체되는데, 오늘 체험을 해보니 저상버스 보급 확대는 이동권 보장의 첫걸음일 뿐이라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타고 내릴 때 기사의 도움이 꼭 필요한데, 일반 승객의 대기시간이 길어 주변 시선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휠체어 버스 승하차에 필요한 시간을 모두가 당연히 기다리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아무리 저상버스 보급률이 높아져도 장애인의 이동권은 보장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시민 인식개선을 위한 노력은 물론, 실질적인 이동권 향상을 위한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동안 장애인단체와 여러 차례 간담회를 진행하며 장애인 이동권과 교통환경 개선 필요성에 대한 여러 문제의식을 공유했지만, 직접 몸으로 체험하니 그 심각성이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면서 “오늘 느낀 생생한 경험이 단순히 체험에 그치지 않도록, 교통약자들의 이동권이 보장되는 ‘무장애 도시 아산’ 구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산시는 시각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점자 보도블록 점검 및 수리, 교통약자 대중교통 이용 도우미 제도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