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한반도 제공권 흔들린다”…전투기 노후화 겪는 공군, 전력보강 급하다 [박수찬의 軍]

KF-16과 F-15K를 넘어서 F-35A 스텔스 전투기까지 보유한 공군이 안팎에서 적지 않은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미그(MIG), 수호이(SU) 전투기와 일류신(IL)-28 폭격기 등을 동원한 공중무력시위에 나섰다. 한국과의 공군력 격차가 압도적이고 노후 기종이 대부분이지만, 한반도 제공권을 순순히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한국 공군 F-15K 전투기가 활주로를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내부적으로는 전력보강 필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F-4, F-5의 노후화는 공군이 ‘노후 전투기’ 대신 ‘장기 운용 항공기’라는 용어를 쓰게 할 정도로 자주 거론된다. 

 

F-15K는 성능개량이 필요한 실정이고, FA-50은 공격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새로운 시각에서의 전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성능개량 시급한 공군 전투기

 

현재 공군에서 가장 최신 기종은 2019년부터 40대가 도입된 F-35A다. 강력한 스텔스 성능을 토대로 적 레이더에 포착될 확률을 대폭 낮춘 F-35A는 최근 북한의 공중무력시위에 맞서 출격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에 대한 전략적 차원의 타격 등에서는 여전히 F-15K가 핵심이다. 

한국 공군 F-15K 전투기 편대가 지상 표적을 향해 공대지 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2005~2012년 두 차례에 걸쳐 60대가 도입된 F-15K는 사거리가 각각 500㎞, 278㎞인 타우러스(TAURUS), 슬램 이알(SLAM-ER) 공대지미사일을 탑재하고 있어 북한 내륙 지역의 주요 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 

 

지난 2일 북한이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미사일을 발사하자 F-15K가 출격, 슬램 이알을 NLL 북쪽에 쏘기도 했다.

 

하지만 첫 도입 이후 약 20년이 지나면서 노후화에 따른 성능개량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방위사업청이 2020년부터 3000억원을 들여 항재밍 안테나, 피아식별장비 및 연합전술데이터링크(Link-16) 성능개량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더 많은 부분에서 F-15K 성능을 높이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F-15K의 우수한 무장탑재량과 기동성을 감안하면, 20년 이상 일선에서 활동할 가능성이 높다. 대대적인 성능개량 필요성이 거론될 수밖에 없다.

한국 공군 F-15K 전투기가 지상 표적에 정밀유도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공군 내부에선 기체와 조종사 안전과 직결된 기골(뼈대) 보강의 필요성이 나온다. 군 소식통은 “F-15K 중에서 2002년 1차 사업을 통해 들여온 수량(40대)을 중심으로 기골보강 이야기가 나온다”며 “훈련과 작전 등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엔진이나 전자장비 개량 못지않게 중요한 사안”이라고 전했다.

 

항공기는 이륙과 착륙을 반복하면서 기체 내·외부에 다양한 압력이 작용한다. 정비 등의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동체나 날개, 기골이 약해지면서 피로 파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과거 민간 항공기 추락사고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발견된 바 있다.

 

특히 전투기는 운용기간이 길어질 때, 동체와 날개 접합부 및 날개의 기골이 약해질 위험이 있다. 공대공·공대지 미사일, 유도폭탄 및 외부 연료탱크 등을 날개에 장착하기 때문이다. 주변 기골이 약화되면 임무 수행에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

 

레이더와 전자전장비 교체도 필수다.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는 기계식 레이더보다 더 먼거리에서 다수의 표적을 탐색·추적할 수 있다. 폭이 좁은 한반도 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적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포착한다면, 공중위협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가능하다. 

 

현재 F-15K의 전자전장비는 AESA 레이더에서 전달하는 신호를 처리하기가 어렵다. 미 공군 F-15EX에서 사용하는 이글 능동·수동형 경고 및 생존성체계(EPWSS)와 유사한 장비가 필요하다. 메인컴퓨터 교체도 추가된다.

한국 공군 F-15K 전투기가 활주로를 이륙하고 있다. 공군 제공

변수는 비용이다. KF-21과 F-35A 도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조달하기는 쉽지 않다. 

 

성능개량 사업은 원천기술을 지닌 제작사 외에는 입찰 참여조차 어렵다. 사실상의 독과점이다. 경쟁자가 없는 F-15K 제작사(보잉)와의 가격 협상에서 비용절감 효과가 얼마나 클지도 불확실하다.

 

그렇다고 첫 도입 직후 약 20년이 흐른 상황에서 조종사 안전 및 임무수행과 직결된 성능개량을 더 미루기도 어렵다. 성능개량 소요를 검토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폴란드처럼 FA-50 강화해야”

 

2013~2016년 공군에 60대가 도입된 FA-50 경공격기는 실전배치 이후 육군에 대한 지원 등의 임무를 수행해왔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국내에서 제작한 기종으로서 운용유지와 가동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공군 FA-50 경공격기가 주한 미 공군 A-10 공격기들과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FA-50은 노후 기종인 F-4, F-5의 추락사고 대책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노후 기종을 조기에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공군은 FA-50 20대를 추가 도입하는 ‘FA-50 경공격기 2차 사업’ 필요성을 검토했다.

 

일각에서는 20대보다 더 많은 수량을 들여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으나, 지난 7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F-35A 20대 추가 도입을 결정하면서 수그러드는 모양새다.

 

군 관계자는 “앞으로 수년간 F-35A 20대 구매와 F-15K 성능개량, KF-21 초도양산물량 도입을 추진해야 하는지라 FA-50를 추가로 들여온다면 20대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국 공군 FA-50을 단순히 노후 기종 대체용으로만 한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FA-50의 잠재력을 최대한 높여서 전투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FA-50은 100㎞ 떨어진 항공기도 포착하는 이스라엘 엘타 EL/M-200 레이더를 장착하고 있다. 하지만 공대공 무장은 유효사거리가 7㎞인 AIM-9L만 사용한다. 적기를 100㎞밖에서 탐지해도 격추하려면 7㎞까지 접근해야 하는 셈이다. F-5의 공중전 성능과 차이가 없다.

폴란드에 수출될 FA-50PL 공격기 상상도. 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지상공격력도 마찬가지다. 공대지 무장 중 가장 사거리가 긴 것은 AGM-65(사거리 25㎞)다. 북한 SA-2 지대공미사일 최대사거리가 45㎞라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군 방공망 위협에 노출된 셈이다. KF-16의 절반 수준인 전투행동반경도 문제로 지적된다.

 

폴란드가 최근 구매를 결정한 FA-50 블록20(FA-50PL)은 이같은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한 기종이다.

 

블록 20은 AESA 레이더와 신형 공대공미사일을 탑재하고, 정보를 실시간 주고받는 데이터링크(Link-16)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기준 피아 식별 시스템(IFF)을 장착한다. 전반적으로 한국 공군 FA-50보다 성능이 향상된다.

 

국내에서도 수년전부터 FA-50의 성능개량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성능개량 작업을 통해 공군전력을 강화하고, 수출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였으나 가시적인 변화는 아직까지는 눈에 띄지 않는다.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 폴란드가 한국보다 더 우수한 FA-50을 확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단순히 노후 기종을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공격력을 높이고 활동 범위를 넓히는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산 KF-21 전투기 시제2호기가 시험비행을 마치고 활주로에 착륙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이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을 피하려면 성능개량 계획 설정 시점을 앞당기고, 전자장비와 무장 등 주요 파트의 성능 개선 로드맵을 사전에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선진국들은 첨단 장비를 처음 배치할 때, 수명주기 내 성능개량 계획 수립을 함께 한다. 특히 항공전자나 소프트웨어 등과 관련된 부분은 교체 주기도 명확히 한다.

 

F-35A는 미국 정부의 개선작업에 영향을 받지만, KF-21은 다르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갖춘 채 등장할 KF-21 블록2는 향후 40~50년 이상 일선에서 활동할 기체다.  

 

면밀한 사전 검토를 통해 성능개량 계획과 항공무장 및 전자장비 대체 전략을 미리 만들어 놓지 않으면, 개량 시점을 놓친 채 수명연장만 거듭했던 F-4, F-5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기존에 운용중인 F-15K. FA-50 성능개량과 더불어 새로 배치될 기종에 대한 성능개량 계획을 만드는 작업을 미뤄서는 안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