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계속되면서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이 지난해 말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은 1330조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12월 말 1332조2000억원 수준으로 회귀했다.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 규모가 가장 컸던 지난 6월(1342조8000억원)에 비하면 4개월 만에 12조8000억원 감소한 것이다.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은 집값 상승이 본격화한 2017년 663조9000억원에서 2018년 849조4000억원, 2019년 952조6000억원, 2020년 1150조6000억원, 지난해 1332조2000억원으로 매년 증가세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우려의 영향으로 부동산 경기가 급속히 위축되면서 올해 6월 이후에는 4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앞으로도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 규모는 한동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 주요 단지에서 불과 몇 달 새 수억원씩 내려간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10월 27억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기록한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84㎡)는 지난 12일에는 19억8000만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신고가 대비 7억2000만원이나 하락한 액수다. 잠실 트리지움(84㎡)도 지난 7월에는 21억원에 매매됐다가 지난 14일에는 18억3000만원에 팔렸다. 서울에서 단일 단지로는 시가총액 1위인 가락동 헬리오시티(84㎡)도 지난달 16일 17억8500만원으로 매매 신고가 올라왔다. 지난해 11월 기록한 신고가(24억5000만원)와 비교하면, 6억6500만원 낮춘 가격이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73㎡)은 지난 7일 직거래로 9억원에 팔렸다. 지난해 8월 16억6000만원에 거래된 집과 같은 면적인데 1년 남짓 만에 10억원대가 깨지며 거의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지난해 8월 12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노원구 월계동 월계센트럴(84m²)은 지난달 28일 7억5000만원에 팔렸다.
재건축 단지 상황도 마찬가지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76㎡)는 지난 8일 17억7000만원에 팔렸다. 신고가(26억3500만원)보다 8억6500만원이나 하락했다.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 10단지(105㎡)도 지난 6월에 비해 2억5000만원 내린 17억2000만원에 이달 9일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올해 들어 가파르게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인천의 아파트 시가총액도 지난달 말 기준 155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8월(155조9000억원) 수준으로 돌아갔다. 인천 아파트 시가총액은 지난해 12월 말 164조1000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뒤 올해 들어 매달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아파트 시가총액이 급감하고 있는 세종도 지난달 말에는 24조6000억원까지 떨어지면서 2020년 11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가격 급등 부담, 고금리 기조,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매수세가 얼어붙으면서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며 “급격한 금리 인상 기조가 바뀌기 전까지 매수심리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이며 내년 하반기까지 집값 약세 경향이 나타날 수 있어 아파트 매매 시가총액도 상당 기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