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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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역버스 입석 중단 첫 월요일… 지하철·자가용 이용 늘어 ‘풍선효과’

“취지는 이해하지만 대안부터 마련했어야죠.”

 

경기도 광역버스의 입석이 금지된 뒤 돌아온 첫 월요일인 21일 주요 버스정류장의 출근길 시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드러냈다. 입석 금지 첫날인 지난 18일과 달리 큰 혼잡과 승강이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이곳저곳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일각에선 퇴근 인파가 몰리는 저녁 시간 서울지역 광역버스 정류장의 줄서기 경쟁은 여전하고, 서울 등록 광역버스의 경우 입석이 허용돼 “탁상행정”이란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버스정류장에 '만석입니다'라는 문구가 부착된 버스가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 수원·용인·성남 등 출퇴근객 ‘불안감’…“내일이 문제”

 

성남시 분당구 효자촌 정류장의 40대 남성 승객은 “평소보다 이용객이 절반가량 줄어든 덕분에 제시간에 버스를 탔다”며 “당분간 출퇴근 불편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푸념했다. 20대 여대생도 “입석 금지 때문에 아예 1시간가량 늦게 나와 붐비는 시간을 피했다”면서 “지하철을 이용해 등교하려면 버스보다 1시간가량 더 걸린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분당신도시에서 서울역 방면으로 향하던 버스 기사들은 지하철역과 인접한 수내·서현동 일대 정류장의 승객이 상당수 줄었다고 전했다. 지하철 등 대체 교통수단이나 자가용 이용으로 분산된 때문이다. 이곳에서 서울 을지로나 충무로 등 도심으로 직행하는 대중교통은 광역버스가 유일하다. 지하철의 경우, 서울 강남을 경유해 2배가량 시간이 소요된다.

 

이날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 4단지 버스정류장도 평소 출근 시간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동수원 IC 진입을 앞둔 이곳은 시내 구석구석을 통과한 광역버스의 좌석이 대부분 가득 찬 상태로 정차하는데, 우려와 달리 혼란이 일지 않았다. 한 30대 회사원은 “오늘은 제때 버스를 탔지만, 또 내일이 걱정된다”고 했다. 

 

일부 지역에선 불편이 이어졌다. 용인서울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전 마지막 정류장인 용인시 수지구 서수지IC 앞 정류장에서는 서울역으로 가는 유일한 노선인 5500-2번을 기다리던 이들이 잔여 좌석이 없는 버스를 보며 발만 동동 굴렀다. 지나가는 버스 앞자리에는 자리가 없음을 뜻하는 ‘만석입니다’라는 안내판이 내걸렸다. 대기 줄에 서 있던 50대 직장인은 “광화문 정류장까지 가는 데 30분 넘게 기다렸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 지하철·자가용 이용 늘어 ‘풍선효과’…경기도·성남시 등 대책 마련 분주

 

출근 인파가 대체 교통수단으로 몰리면서 주요 지하철역은 몸살을 앓았다. 수원 광교에서 판교테크노밸리로 출퇴근하는 정모(41)씨는 “신분당선은 원래 붐비지만, 오늘은 유난히 탑승객이 많았다”고 전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광역버스 입석 승차는 원칙상 금지됐으나, 그간 버스업체들은 출퇴근 시간에 수요가 집중되는 현실을 고려해 입석을 용인해왔다. 그러다 지난 7월 일부 버스업체 노조가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입석 금지 준법투쟁에 나섰고, 지난달 이태원 참사 이후 KD운송그룹 계열 14개 버스업체가 동참하면서 경기지역 전체 광역버스에서 사실상 입석 승차가 제한되고 있다.

 

정부와 경기도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 버스 공급을 점차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차량 공급과 기사 모집 등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당분간 광역버스 출퇴근 불편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성남시는 이날 광역버스 입석 금지에 따른 시민불편을 해소하고자 버스 증차 대책을 마련했다. 시는 시내를 경유하는 광역버스 25개 노선 가운데 서울역 방면 5개, 부천·시흥 방면 1개, 안양 방면 1개, 군포 방면 1개 등 8개 노선에서 최근까지 출퇴근 시간대 입석 승차가 발생했다며 오는 24일부터 내년 1월까지 노선별 여건에 따라버스 2∼3대씩을 증차해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최근까지 입석 승차가 발생한 광역버스 8개 노선은 서울역 방면 9000번, 9003번, 9007번, 9300번 등이다. 시 관계자는 “이용객 혼란을 줄이기 위해 버스 공급을 점차 늘릴 계획인데 차질없이 운행되도록 업체 측과 계속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남양주시도 광역버스 입석 금지 조치에 따른 시민 혼란을 막고자 버스 증차 등 대책을 마련한 상태다.

 

앞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광역버스 입석 승차 중단과 관련해 “도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며 지난 18일 ‘수도권 광역버스 입석 대응 협의체’ 상설화 등의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전세버스, 예비차량 등 20대를 투입하고, 9월에 수립한 광역버스 입석대책에 따라 늘리기로 한 68대의 차량도 내년 초까지 투입을 완료하겠다”고 했다.


수원·용인·성남=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