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의 세대별, 성별, 정치성향별 갈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꼰대,’ ‘MZ세대’ 등 세대를 지칭하는 다양한 용어는 우리 사회에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모두 끼치며 통용되고 있다. 또한 여성과 남성 간 차이는 지난 대선에서 정치적인 방식으로 이용되며 남녀 간의 극명한 선택의 차이를 보여주기도 했다. 한국 사회의 보수와 진보 간 정치적 대립 구도는 오랫동안 지속돼왔다. 사회갈등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0개 국가 중 세 번째로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듯(2021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결과) 한국 사회는 이념, 세대, 성별 등 다양한 층위의 갈등 상황에 놓여 있다.
그렇다고 한국을 ‘갈등의 나라’로만 치부할 순 없다. 한편에서는 따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여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며 국내 재난 사상 최대 규모의 기부금이 모금됐다. 한 국내 모금기관은 올해 산불로 인한 피해복구 모금에 2년 전 비슷한 상황보다 2배 이상의 기부금이 모였다고 밝힌 바 있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개인 기부액 규모는 2019년과 2020년 약 9조원을 상회한다. 기업 기부까지 합치면 2020년의 경우 총 기부액은 약 14조4억원에 달한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가 2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기빙코리아’(Giving Korea) 조사결과를 봐도 2021년 기준 한국 시민들의 기부 참여율은 약 61%다. 코로나19로 인한 장기적 경기침체에도 지난해 우리 주위의 10명 중 6명 이상은 기부에 참여한 셈이다.
조사결과에서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기부 참여가 성별, 세대별 또는 정치성향에 따라 큰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양한 정치적 이슈나 사회적 이슈에 따라 성별, 세대별, 정치성향별 상이한 의견과 인식이 표출되고 있는데도, 한국인들은 위기 앞에서 적극적으로 타인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위기 상황에 있는 타인을 돕는 게 인지상정이라 여기고,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한 협력과 연대의식을 지녔다는 걸 실천으로 보여준 것이다. 기빙코리아 조사결과는 사회적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한국 시민들의 공동체 인식이나 이타주의적 태도가 비교적 낮지 않은 수준이라는 걸 말해준다.
또 한국의 기부 규모 및 수준은 국제사회에서도 모범사례로 공유되고 있다. 한국은 국제원조활동에서 지원을 받는 수원국에서 지원을 제공하는 공여국으로 전환한,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사례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한국 시민의 기부 총액은 3000억원에 이르는 등, 다른 국가와의 비교해볼 때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고된다. 이러한 모습은 한국 시민들이 국내와 국제를 가리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사회보다도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오늘도 한국 사회의 대다수 구성원은 사회적 갈등이 만연한 현실에서도 기부를 통해 공동체와 사회적 연대의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 나눔은 사회적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분명한 건 바로 거기에 한국 사회를 협력과 연대의 길로 이끌 수 있는 변화의 씨앗이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