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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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넣은 골 보셨죠?” 아버지 ‘월드컵 恨’ 풀어준 아들 [2022 카타르 월드컵]

라이베리아 대통령의 아들 美 웨아
선수 출신 父 앞에서 데뷔전 맹활약

아프리카 축구 사상 최고 공격수였지만 끝내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한 아버지의 한을 아들이 월드컵 데뷔전 첫 골로 시원하게 풀었다.

 

미국팀 공격수 티머시 웨아(릴)는 22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와의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에 선발 출격해 전반 36분 선제골을 올렸다. 웨아는 이날 크리스천 풀리식이 내준 침투 패스를 따라 상대 수비 사이를 빠르게 파고들었다. 이어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골키퍼보다 한발 앞서 간결한 슈팅을 선보이며 골망을 흔들었다.

21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미국 대 웨일스 경기에서 미국의 티머시 웨아가 선제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알라이얀=로이터연합뉴스

웨아가 “영감의 원천이자 제게 동기를 부여하는 본보기”라고 말하는 그의 아버지도 이날 경기장에서 아들의 득점 장면을 직접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웨아의 아버지는 아프리카 축구의 전설로 꼽히는 라이베리아 대통령 조지 웨아(56)다.

 

웨아 대통령은 현역 시절 파리 생제르맹(프랑스), AC밀란(이탈리아) 등 유럽 명문팀에서 뛰며 1995년 축구계 가장 권위 있는 상인 발롱도르와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유럽이나 남미 출신이 아닌 선수가 두 상을 한 해에 받은 것은 지금까지 그가 유일하다.

 

하지만 내전 등으로 월드컵 본선에는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웨아 대통령은 사재를 털어 대표팀 운영비까지 부담하며 선수 겸 감독으로 2002 한·일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했지만 아프리카 지역예선에서 나이지리아에 승점 1점 차로 뒤지며 끝내 고배를 마셨다.

 

못다 한 그의 꿈은 미국팀 유니폼을 입은 아들이 이뤄냈다. 티머시 웨아는 미국팀을 택한 이유에 대해 지난 2월 이탈리아 스포츠 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라이베리아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은 제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서 “미국 대표로 뛰더라도 축구를 통해 아프리카 국가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본보기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경기는 웨일스의 가레스 베일이 후반 37분 직접 얻어낸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1-1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