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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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두창, ‘M두창’으로 이름 바꾼다…23일 발표 전망

WHO “원숭이두창에 대한 낙인·차별 우려로 개명할 계획”
“원숭이 혐오 및 아프리카계 등 특정인종 차별 심화 우려”
질병관리청이 분리배양에 성공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질병관리청 제공. 뉴시스

 

올해 초부터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원숭이두창(Monkeypox)’의 병명이 ‘M두창(MPOX)’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기존 명칭이 원숭이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고, 아프리카계 등 특정 인종이나 집단에 대한 차별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해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미국 매체 폴리티코는 22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세계보건기구(WHO)는 23일 이 같이 원숭이두창의 개명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매체는 WHO가 이 병에 대한 ‘낙인 효과’를 지우기 위해 이렇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즉, ‘원숭이’두창이라는 기존 명칭이 원숭이에 대한 혐오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에 기초한 판단으로 보인다.

 

앞서 WHO는 올해 6월부터 공개토론을 거쳐 원숭이두창을 대체할 새 이름을 찾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시기는 아프리카 풍토병으로만 간주되던 원숭이두창이 세계 약 40개국으로 퍼지던 시기다.

 

올해 확산에서는 인간 간 전염이 대부분이고 전 세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만큼 이런 이름이 부정확하고 아프리카계 등 특정 인종이나 집단에 대한 차별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해서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한 사람이 원숭이두창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원숭이두창은 지난 1950년대 아프리카 원숭이에게서 처음 발견돼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쥐나 다람쥐 등 설치류에서도 퍼졌고, 이후 수십년간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약 12개국에서 고유종으로 자리잡은 인수공통감염병이 됐다.

 

WHO에 따르면 원숭이두창은 21일 현재 세계 110개국에서 8만611명이 감염됐다. 발생국 상당수가 이전에 감염 기록이 없는 비(非) 풍토병 국가다.

 

원숭이두창은 중서부 아프리카 외 비 풍토병 지역의 감염자 가운데 남성과 성관계를 한 남성 환자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사회적 낙인과 차별을 두려워한 환자들이 숨어버리면서 방역이 어려워진 것으로 지적됐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이 병명이 유색인종에게 찍힌 낙인을 악화하고 있으며 개명이 늦어지면서 백신 접종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폴리티코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바이든 정부 관료들이 개명을 서두르지 않으면 따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WHO 지도부를 압박했다고 전했다.

 

또한 보건 전문가들은 관련 보도에 아프리카 환자 사진을 쓰는 것을 경계했으며, 원숭이두창 계통 분류 시에도 발생 지역이 아닌 발견 시기에 따라 문자와 숫자로 표기하자고 제안했다.

 

성소수자 활동가들 역시 이 병명이 부정확하고 차별적이라며 개명을 요구해 왔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