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노동계, 동시다발 파업 ‘비상’…정부는 ‘무관용 원칙’ 재확인

공공운수노조 공동파업 돌입
화물·철도·학교·병원 릴레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23일 대(對)정부 공동파업에 돌입했다.

이날부터 다음달 2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파업에는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의료연대본부, 화물연대 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15개 노조가 순차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정부는 불법파업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재확인, 노·정의 강대강 대치로 인한 파업 장기화가 우려된다.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본관 앞에서 열린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총파업 출정식에서 한 조합원이 머리끈을 묶고 있다. 연합뉴스

공동파업 1일차인 이날에는 공공운수노조 산하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와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가 전면 파업에 나섰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강원도 원주에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사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1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국민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 있다”며 “이런 노동자들에게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정규직 전환을 핑계로 상담사 인력을 해고하겠다고 한다”고 규탄했다.

고객센터 노조는 지난해부터 수차례 파업을 거쳐 공단으로부터 산하 소속기관을 통한 고객센터 직원 1600여명의 정규직 전환 합의안을 얻어낸 바 있다.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본관 앞에서 열린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총파업 출정식에서 서울대병원분회(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윤석열정부로 정권이 바뀐 이후 세부 방안으로 상담 인력 축소를 논의하는 등 이전과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자 다시 파업에 나섰다. 이들은 “지난 11일 생활임금과 해고 없는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하루 경고파업을 진행했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금까지 어떠한 답도 하지 않았다”며 고객센터 상담노동자의 생활임금 보장과 정규직 전환을 촉구했다.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도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조합원 3900여명 중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등에서 근무하는 필수 인력을 제외한 1100여명이 참여해 총파업 출정식을 개최했다. 이들은 간호사 35명 감축안 철회, 경비 절감 계획에 따른 인력·복지·기능 축소 금지, 경영평가로 임금가이드라인 강제 금지, 직무성과급제 도입 철회, 간호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작업치료사, 간호보조인력 등 필수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인력 충원 문제가 핵심 쟁점이다. 노조 측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사직이 이어지고 있다며 서울대병원 127명, 보라매병원 163명의 인력 증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이 의료공공성을 강화하고 제대로 된 공공병원이 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인력충원과 노동조건 향상, 환자안전 대책이 즉각 필요하다”며 “그것이 진짜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책임지는 공공병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화물연대 총파업을 하루 앞둔 23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인근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에 총파업 현수막을 단 화물차가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24일 0시부터 화물연대도 무기한 전면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지난 6월 총파업 당시 정부와 합의한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품목 확대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는 제도로,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25일에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5만여명 규모의 총파업을 벌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7월 파업(주최측 추산 4만명 참여·상경인원 기준) 이후 최대 규모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연대회의)는 각 지역 현장에서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까지 추산하면 참여 인원이 최대 8만명 정도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정규직과의 차별 해소를 요구하면서 교육당국과 임금 교섭을 진행 중이다.

 

30일 총파업을 예고한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은 25일과 28일 사측과 막바지 교섭에 나선다. 민주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노조와 한국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로 구성된 연합교섭단은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2026년까지 1500여명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철회할 것과 안전인력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 간 단체교섭은 지난달 6일 결렬됐으며, 지난 4일 파업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79.7%가 찬성해 파업을 결의했다. 두 차례 교섭 결과에 따라서 파업을 피할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다. 노조 측 관계자는 “현재까진 사측의 유의미한 입장 변화는 관측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총파업이 실현될 경우 2016년 성과연봉제 반대 총파업 이후 6년 만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원들이 23일 강원도 원주에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본사 앞에서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며 총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는 사측과 교섭을 앞두고 이날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이 서울시에 있다며 오세훈 시장과 면담을 요청했다. 서울시가 서울교통공사에 혼잡역 지원근무를 지시해왔고,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 된 인력 감축과 외주화도 서로 사전협의하에 진행하고 있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명순필 노조위원장은 “서울시가 책임과 연관성을 부인하고 뒤로 숨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며 “파국에 도달하지 않기 위해 최고 정책 결정권자인 오 시장과 직접 만나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조희연·구윤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