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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7년간 47억 무이자로 빌려줘… 이승기·후크엔터 18년 신뢰 ‘와르르’

이승기, 음원수익 발생 최근에야 인지
2004년 데뷔 후 수익 총액 100억 추정
소속사에 수차례 정산내역 요구하자
권진영 대표 “마이너스 가수라…” 핑계

후크, 운영자금 명목 李에 47억 빌려
“연예인 이름 팔아 자금 이용 가능성도”
권 대표 “부끄럽고 죄송” 입장 발표 후
“이승기 죽여버릴 것” 녹취록 공개 파장

데뷔 이후 한결같은 모습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가수 겸 배우 이승기가 소속사로부터 납득하기 힘든 홀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04년 데뷔 이전부터 계속 몸담았던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로부터 음원료 수익을 단 한 푼도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갈등이 불거지면서 소속사 대표가 폭언을 한 사실까지 드러나 좀처럼 ‘안티팬’도 찾기 힘든 이승기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의혹이 증폭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이승기는 소속사와 신뢰 관계를 지속하기 힘들게 됐다며 음원 정산뿐 아니라 연예 활동 전반의 매출·정산에 대해서도 법률 관계를 따지기로 했다.

2004년 ‘내 여자라니까’로 데뷔, 공전의 히트를 친 뒤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발표하며 히트 가수 반열에 든 가수 겸 배우 이승기(왼쪽)가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로부터 음원 수익을 정산받은 게 단 한 푼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승기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태평양과 최선은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승기는 지난 15일 후크엔터테인먼트에 음원료 미정산과 관련된 내용증명을 발송해 그간 참여한 모든 앨범의 유통으로 인한 수익 내역을 공개하고, 이에 기초해 미지급된 음원료를 정산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보도자료와 이승기 측에 따르면, 이승기는 그동안 후크 측에서 음원료에 대해 어떠한 언급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음원료 수익이 발생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에야 후크 직원이 잘못 발송한 문자를 보고 음원료 수익 발생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이승기는 이에 따라 수차례 정산 내역을 요구했지만 후크 측은 ‘너는 마이너스 가수’라는 등의 여러 거짓된 핑계를 대며 내역 제공을 회피했다. 이 과정에서 이승기는 소속사 권진영 대표 등으로부터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의 모욕적이고 위협적인 언사를 전해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후크 및 권 대표와 신뢰 관계가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해 법률대리인을 통해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또한 후크 및 권 대표와 이승기 사이의 제반 법률 관계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미 이승기 연예 활동 전반의 매출 및 정산 내역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 줄 것을 요청했고, 현재 후크의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승기와 후크 관계는 단순히 음원 수익 미지급만 있는 게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일보가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후크는 2013년 이승기로부터 운영 자금이라는 명목으로 47억원을 무이자로 빌렸다. 7년이 지난 2020년에 일시상환했는데, 소속사가 소속 연예인에게 수십억원을 무이자로 이처럼 장기간 빌리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연예인이 소속사에 현금을 무상으로 빌려주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며 “소속사가 연예인 몰래 연예인 이름으로 자금을 이용했을 수도 있고, 연예인이 회사와 특정 관계를 맺고 돈을 빌려줄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연예인이 부동산 등을 매입할 경우 개인보다는 법인을 통해 하는 것이 여러 혜택이 있다”며 “자금의 흐름과 세금 등에 대해 검토가 필요할 듯하다”고 말했다.

 

지금 벌어진 이승기와 후크 사이 논란의 골자는 이승기가 2004년 가수로 데뷔한 이후 18년간 음원 활동으로 소속사로부터 받은 돈이 0원이란 점이다. 데뷔하자마자 공전의 히트곡 ‘내 여자라니까’를 내고, 총 27장의 앨범과 137곡을 발표한 그가 음원으로 거둔 수익이 0원이라는 점이 알려지자 대중은 큰 충격을 받았다.

 

이승기가 원래 누렸어야 할 음원 수익은 막대하다. 이 문제를 제일 처음 보도한 디스패치에 따르면, 2004년부터 올해 9월까지 이승기 음원 및 음반 수익 총액은 96억5600만원. 디스패치가 보도한 내역서에는 심지어 5년치(2004년 6월부터 2009년 8월)는 적혀있지 않다. 즉 ‘내 여자라니까’와 ‘삭제’(2004), ‘제발’과 ‘하기 힘든 말’(2006), ‘다 줄거야’와 ‘여행을 떠나요’(2007), ‘결혼해줄래’(2009) 등 이승기의 히트곡이 대거 발매됐던 2004년부터 2009년 8월까지 추가로 얼마를 더 벌었는지 알 수 없다. 이를 감안하면 이승기 음원 및 음반 수익 총액은 1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승기와 후크의 계약 조건에 따르면, 후크가 정산 자료를 유실했다고 밝힌 5년을 제외하고 이승기에게 지불해야 할 금액은 58억원가량 된다.

 

권진영 후크엔터테인먼트 대표

이 같은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후크의 권 대표가 입장을 발표했다. 권 대표는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이기에 부끄럽고 죄송하다”면서도 “현재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정리 단계이고, 앞으로 법적으로 다뤄질 여지도 있어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지난 23일 “남은 인생 이승기 ××는 데 쓸 것”이라고 협박하는 권 대표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앞뒤가 다른 듯한 후크의 행태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디스패치가 보도한 녹취록에 따르면, 권 대표는 “(이승기가) 내용증명도 보내고 막가란 식으로 그렇게 나오는 거 같은데, 내 이름을 걸고 죽여버리고, 내 나머지 인생을 걸고 그 ××를 죽이는 데 쓸 거야”라고 말했다.

 

세계일보는 논란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차례 후크측에 통화를 시도했지만 불가능했다. 후크 관계자들은 언론의 전화를 받지 않고 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