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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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서울 과녁”“천치바보”… 막말 쏟아내며 南南갈등 조장

3개월 만에 尹정부 비난 담화

한·미·일 독자 제재 방침에 반발
“文 땐 서울이 북한 과녁 아니었다
남한 국민, 윤석열 왜 보고만 있나”
정권 비교하며 대정부 투쟁 선동

통일부 “저급한 막말… 매우 개탄”
與 “공갈에 무릎 꿇을 정부 아냐”
대통령실은 별도 입장 표명 안해

29일 北 ‘核 완성’ 5주년 동향 주시

지난 8월 북한 비핵화 로드맵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인간 자체가 싫다”고 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24일 다시 ‘천치 바보’ 등의 막말을 쏟아냈다. 우리 정부가 최근 발표한 독자 제재 방침에 대한 반발이다. 김 부부장은 서울이 북한 핵공격의 ‘과녁’임을 시사하고 반정부 투쟁 등 남남갈등을 유도하는 선동도 서슴지 않았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조선중앙TV 캡처

◆김여정 “남한 국민은 천치바보를 왜 보고만 있나”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남한) 국민들은 윤석열 저 천치바보들이 들어앉아 자꾸만 위태로운 상황을 만들어가는 ‘정권’을 왜 그대로 보고만 있는지 모를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틀 전인 지난 22일 한·미·일 등 유엔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규탄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담화를 낼 때보다 훨씬 격앙된 어조로, 윤 대통령과 남한 국민들을 직접 겨냥했다.

 

김 부부장은 이어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에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였다”며 “미국과 남조선 졸개들이 우리에 대한 제재 압박에 필사적으로 매여달릴수록 우리의 적개심과 분노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정부에서는 서울을 직접 과녁으로 삼고 있다는 의미다. 1994년 제8차 실무 남북접촉에서 박영수 북측 대표가 한 ‘서울 불바다’ 발언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김 부부장의 이날 담화는 최근 정부가 밝힌 한·미·일의 대북 독자 제재 방침에 대한 반발로 읽힌다. 그는 “미국이 대조선 ‘독자제재’를 운운하기 바쁘게 토 하나 빼놓지 않고 졸졸 따라 외우는 남조선 것들의 역겨운 추태를 보니 갈 데 없는 미국의 ‘충견’이고 졸개”라고 비아냥댔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부부장 담화는 고강도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에 나서고, 말폭탄을 통한 한반도 긴장 국면을 지속하려 하는 것”이라며 “핵 타격 대상이 한국임을 다시금 확인하는 의미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도 이날 분석자료에서 “향후 북한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한층 더 고조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 “저급한 막말 개탄…불순한 기도 규탄”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대통령실은 별도 입장문을 내지 않았다. 남남갈등 조장 의도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는 관계부처 ‘입장’이라는 상대적으로 절제된 방식으로 대응했다.

 

통일부는 “김 부부장이 우리 국가원수에 대해 저급한 막말로 비난하고 초보적인 예의도 갖추지 못한 것에 대해 매우 개탄스럽게 생각한다”며 “현 한반도의 긴장 국면은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 등으로 초래되었음에도 도적이 매를 드는 식으로 우리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태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의 핵 개발을 단념시키려는 우리의 노력이 북한 정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풀이했다.

조중훈 통일부 대변인이 24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막말 담화'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도 반발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김여정이 문재인정부 시절만 해도 서울을 과녁으로 삼지 않겠다는 공갈에 무릎 꿇을 윤석열정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북한의 무력 도발과 함께 ‘말폭탄’의 강도도 세지면서 군 당국은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지 5주년이 되는 오는 29일을 앞두고 북한군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미는 긴밀한 공조하에 관련 동향에 대해서 면밀히 추적 감시하고 있다”며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주형·박수찬·이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