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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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본인·가족 계좌 추적 들어갔는데 “檢이 쇼한다”는 이재명

2021년 6월 현금 2억 계좌에 입금
法, 측근 정진상 구속적부심 기각
‘방탄 국회’ 아닌 검찰 수사 응해야

대장동·위례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가족의 계좌 추적에 나섰다. 이 대표에 대한 강제 수사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 대표 부인 김혜경씨의 수행비서 배모씨가 지난해 6월 이 대표 집에서 현금 2억여원을 가지고 나와 이 대표 계좌에 입금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한다. 이 대표의 측근인 김용(구속기소)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난해 4∼8월 대장동 사업자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로부터 8억4700여만원의 대선 경선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시점과 겹친다. 이 대표 측은 “경선을 위한 선거기탁금과 경선 사무실 임차 등을 처리하기 위해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반박했지만 거액의 현금을 집에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석연치 않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 대표를 궁지로 내모는 폭로는 연일 쏟아진다. 남 변호사는 어제 대장동 공판에서 “현직 기자였던 김만배씨를 끌어들인 것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게 로비하기 위해서였다”고 증언했다. “(당시) 이 시장의 주도와 의지로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이 진행된 건 맞다”고도 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내가 (대장동 개발 이익 가운데) 천화동인 1호 몫인 428억원을 정진상·김용·유동규씨에게 나눠주겠다고 말한 게 맞다’는 취지의 진술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영장에 적시된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정 실장 측이 파워포인트(PPT) 200쪽의 자료를 제출했는데도 법원에서 구속적부심이 기각된 것도 이 대표를 사면초가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궤변으로 일관한다. 어제 이 대표는 본인 등의 계좌 추적 영장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해야지 쇼를 해서야 되겠냐”고 했다. ‘쇼’를 빙자해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속셈을 노골화한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9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조사를 위한 검찰 출석 요구에도 불응했다. 스스로 측근임을 인정한 정진상·김용이 구속됐는데도 유감 표명 한마디가 없다. 이 대표는 대면보고·여행까지 갔던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가 선거법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전 부원장에 대해선 개인 비리 가능성을 언급하며 손절 움직임마저 보인다. 수사 비협조와 꼬리 자르기로는 사법 리스크를 벗어날 길이 없다는 것을 이 대표는 깨닫기 바란다.

민주당은 검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며 공무상비밀누설죄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10여건의 이 대표 관련 수사가 개인 범죄 규명 차원인데도 당내 일각에서는 이 대표 소환 시 장외 투쟁까지 거론하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과 일부 지지자는 ‘#나는 이재명과 정치공동체다’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캠페인에 나섰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사당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그제 여야가 합의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말까지 들린다. 검찰은 이 대표를 둘러싼 불법 정치 자금 의혹의 진상 규명에 속도를 내야 한다. 이 대표도 국회 뒤에 숨지 말고 떳떳하게 수사에 응하는 게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