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위례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가족의 계좌 추적에 나섰다. 이 대표에 대한 강제 수사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 대표 부인 김혜경씨의 수행비서 배모씨가 지난해 6월 이 대표 집에서 현금 2억여원을 가지고 나와 이 대표 계좌에 입금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한다. 이 대표의 측근인 김용(구속기소)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난해 4∼8월 대장동 사업자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로부터 8억4700여만원의 대선 경선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시점과 겹친다. 이 대표 측은 “경선을 위한 선거기탁금과 경선 사무실 임차 등을 처리하기 위해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반박했지만 거액의 현금을 집에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석연치 않다.
이 대표를 궁지로 내모는 폭로는 연일 쏟아진다. 남 변호사는 어제 대장동 공판에서 “현직 기자였던 김만배씨를 끌어들인 것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게 로비하기 위해서였다”고 증언했다. “(당시) 이 시장의 주도와 의지로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이 진행된 건 맞다”고도 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내가 (대장동 개발 이익 가운데) 천화동인 1호 몫인 428억원을 정진상·김용·유동규씨에게 나눠주겠다고 말한 게 맞다’는 취지의 진술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영장에 적시된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정 실장 측이 파워포인트(PPT) 200쪽의 자료를 제출했는데도 법원에서 구속적부심이 기각된 것도 이 대표를 사면초가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궤변으로 일관한다. 어제 이 대표는 본인 등의 계좌 추적 영장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해야지 쇼를 해서야 되겠냐”고 했다. ‘쇼’를 빙자해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속셈을 노골화한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9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조사를 위한 검찰 출석 요구에도 불응했다. 스스로 측근임을 인정한 정진상·김용이 구속됐는데도 유감 표명 한마디가 없다. 이 대표는 대면보고·여행까지 갔던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가 선거법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전 부원장에 대해선 개인 비리 가능성을 언급하며 손절 움직임마저 보인다. 수사 비협조와 꼬리 자르기로는 사법 리스크를 벗어날 길이 없다는 것을 이 대표는 깨닫기 바란다.
민주당은 검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며 공무상비밀누설죄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 10여건의 이 대표 관련 수사가 개인 범죄 규명 차원인데도 당내 일각에서는 이 대표 소환 시 장외 투쟁까지 거론하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과 일부 지지자는 ‘#나는 이재명과 정치공동체다’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캠페인에 나섰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사당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그제 여야가 합의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말까지 들린다. 검찰은 이 대표를 둘러싼 불법 정치 자금 의혹의 진상 규명에 속도를 내야 한다. 이 대표도 국회 뒤에 숨지 말고 떳떳하게 수사에 응하는 게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