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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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민주 ‘공시가 11억 넘으면 부과’ 종부세 개편안에 난색

고위 관계자 "다주택 중과세율 폐지, 물러설 수 없는 영역"

국회 제공

 

공시가격이 11억원을 넘으면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에 정부가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11억원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갑작스러운 문턱이 돌출하는 현상이 현 세법 체계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 제시한 다주택 중과세율(1.2∼6.0%) 폐지 원칙을 '협상 불가' 영역으로 두는 점도 민주당 안을 수용할 수 없는 사유가 되고 있다.

 

27일 연합뉴스와 정부 당국에 따르면 세정당국인 기획재정부가 '납세 의무자'라는 개념을 새로 도입해 인별로 소유한 전국 주택의 공시가격 합계액이 일정 기준선 이하인 경우 종부세 납세 대상자에서 배제하는 민주당의 종부세법 개정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부적으로 정리했다.

 

민주당은 김성환 등 의원 12명이 제출한 종부세법 개정안을 내년부터 시행될 종부세 개편안 당론 법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은 주택분 재산세 납세의무자 모두를 종부세 납세 의무자로 볼 수 있도록 한 현행법 체계를 1세대 1주택자와 다주택자는 11억원 초과자를, 부부공동명의자는 12억원 초과자를 각각 과세 대상자로 한정하는 방식이다.

 

다주택자 기준으로 본다면 인별 공시가격 합계액 11억원까지는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아예 빼고, 11억원을 넘으면 현행 세법 그대로 과세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납세의무자 기준선'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적용하지만, 나머지 기본공제와 세율 체계를 그대로 두므로 공시가 11억원 안팎에서 상당한 문턱이 생기는 구조다.

 

일례로 합산 공시가가 11억원인 주택 보유자의 경우 기본공제인 6억원을 넘는 5억원이 과세 대상 금액이 되지만 종부세 납부 대상이 아니므로 종부세는 0원이다. 11억원에서 1천만원만 넘어간다면 6억원을 넘긴 5억1천만원에 대해 한꺼번에 종부세를 낸다.

 

정부 관계자는 "세금은 과세 대상 금액이 클수록 과세액도 연속적으로 조금씩 증가하는 구조여야 하는데 민주당 안대로 하면 다주택자는 공시가 11억원까지는 종부세를 하나도 내지 않다가 11억원을 조금이라도 넘기면 갑자기 수백만원 상당의 종부세를 내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공시가 11억원을 넘는 다주택자를 기존의 중과세율 체계(1.2∼6.0%) 그대로 과세하는 부분 역시 정부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종부세는 재산이 많은 사람에 이미 누진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구조인데 주택 수에 따라 중과세율 체계를 또 두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관점에서 중과세율 테이블을 폐지하는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이라면서 "정부안 중 중과세율 폐지 부분은 특히 물러설 수 없는 영역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현재 일반(0.6∼3.0%)과 다주택(1.2∼6.0%)으로 이원화된 종부세율 체계를 문재인 정부 출범 전 일원화된 세율 체계와 유사한 수준(0.5∼2.7%)으로 되돌리는 종부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민주당 안이 종부세 기본공제를 6억원으로, 1세대 1주택자는 11억원으로,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는 12억원으로 현행 유지하는 의견이라면, 정부·여당 안은 기본공제를 9억원으로, 1세대 1주택자는 12억원으로, 부부공동 1주택자는 18억원으로 끌어올리는 차이도 있다.

 

정부는 올해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든 1세대 1주택자가 작년 대비 50% 늘어난 23만명을 기록하는 등 실수요자의 부담이 커지고 있어 1세대 1주택자 기본공제액도 반드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