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당시 재난 상황 예방 업무를 전담하는 용산구청의 방재안전직렬 직원은 ‘9급’ 공무원 1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용산구를 포함해 서울시 내 25개 자치구 중 방재안전직 공무원이 1명만 있는 자치구도 15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이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기준, 용산구의 방재안전직 공무원은 안전재난과에 있는 9급 공무원 1명이 유일했다. 서울 지역 내 방재안전직 공무원은 총 72명이다. 서울시청은 2018년 27명에서 올해까지 4명이 늘어 방재안전직 공무원이 31명이 됐지만, 용산구청은 같은 기간 한 명도 늘어나지 않았다.
용산구를 비롯해 방재안전직 공무원이 1명만 있는 자치구는 강동구, 관악구, 금천구, 동작구, 서초구, 성동구, 은평구 등 15곳이다. 방재안전직 공무원이 2명인 자치구도 종로구, 중구, 마포구 등 7곳에 달했다. 3명 이상인 자치구는 구로구(3명), 송파구(3명), 광진구(6명)뿐이다.
방재안전직 공무원의 직급도 하위직에 머물러 재난안전 관련 전문성을 확보해 나가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25개 자치구 내 방재안전직 공무원들을 직급별로 살펴보면 △5급 0명 △6급 6명 △7급 14명(임기제 4명 포함) △8급 10명 △9급 11명으로 하급 공무원에 집중돼 있다.
자치구들은 방재안전직 공무원이 부족해 행정 등 타 직렬 인원의 순환근무를 통해 재난안전 부서의 인원을 채우는 실정이다. 용산구청은 안전재난과 소속 27명 중 1명만 방재안전직으로 확인됐다.
방재안전직은 기술직 공무원으로 재난안전 분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2013년 도입됐다. 안전 분야 전담 공무원을 양성해 여러 재난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방재안전직의 중요성이 부각됐지만, 과중한 업무 등으로 인해 기피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실제 퇴사자도 속출하고 있다. 2017년 행정안전부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방재안전직의 조기 퇴직률은 11.1%로 전체 지방공무원 퇴직률 0.8%의 14배에 달했다. 방재안전직 중 87%가 직무만족도가 낮거나 보통으로 나타났으며, 만족도가 낮은 이유로는 업무량 과중(39%), 열악한 처우(23%), 잦은 비상근무(15%) 등의 순이었다. 서울 한 자치구의 방재안전직 공무원은 “현재 부서에서 방재안전 직렬은 혼자이며, 다른 자리는 일반 행정직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며 “주어진 업무량이 많아 주말에도 일할 때가 많다. 주변에 퇴사한 동료들의 소식만 전해진다”고 토로했다.
올해 여름 기록적인 폭우로 인한 침수 피해 등 자연 재난과 이태원 참사 등 사회적 재난에 대한 대응이 동시에 중요해지고 있는 가운데, 방재안전직 공무원이 온전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용혜인 의원은 “10만 인파 집중 등 이태원 참사 징후가 지속해서 나타났음에도 서울시·용산구가 제대로 된 재난방지 대책을 수립하지 못한 배경에는 재난안전에 대한 전문성 확보를 소홀히 한 구조적 원인이 존재한다”며 “윤석열정부가 수립 초기부터 국민 안전을 중요한 의제로 제시했음에도 정작 정부 차원의 구조적 조치는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 이후 대책 마련에 있어 방재안전직의 인력 충원과 처우 개선을 반드시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재난안전 체계를 정부가 책임을 갖고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시민들의 안전과 재난 관리를 위해 관련 직렬을 만들었지만, 업무량은 많고 인원도 부족해 다들 기피하는 직렬”이라면서 “인원을 확충하는 등 근무 조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소방의 경우 시험을 볼 때 전문과목도 많지만 방재안전직은 전공과목이 2개에 불과하다. 이것도 필기 위주인 탓에 전문성도 부족하다. 전문가를 늘리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