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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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 완화 앞두고도 싸늘…정부, ‘11억원 문턱’ 민주 종부세안 난색 [한강로 경제브리핑]

다음달 1일부터 부동산 대출 규제가 완화되지만 시중은행들은 시큰둥한 분위기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고금리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이 여전한 상황에서 은행권은 이번 대출 규제 정상화 시행이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확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공시가격이 11억원이 넘는 다주택자에 대해서만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하는 더불어민주당의 종부세 개편안에 정부가 난색을 보이고 있다. 11억원까지는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지만 11억원을 넘는 순간 세액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소위 ‘문턱효과’로 조세 부담이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금리 인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은행들의 '이자 장사' 성적표로 통하는 예대금리차(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의 차이)도 8년 만에 최대치까지 벌어졌다. 사진은 27일 서울의 한 은행에 붙어있는 대출 및 예금 관련 안내 현수막. 연합뉴스

◆부동산 규제 완화 앞뒀지만…고금리·DSR 규제에 은행권 냉랭

 

2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규제지역 내 무주택자(처분조건부 1주택자 포함)의 주담대비율(LTV)이 50%로 일원화되고,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담대도 허용된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개정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라 서민·실수요자에 대한 주택대출 한도도 4억원에서 6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은행권은 일단 시행일에 맞춰 전산시스템 변경과 매뉴얼 개정 등 관련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다만 영업점에 특별 영업 지침을 내려보내거나 공격적인 마케팅 계획을 수립한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시장 침체 분위기 속에서 이번 대출 규제 정상화가 실제 대출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실제로 부동산 하락세가 더 심화하고 있다는 민간 조사 결과도 나왔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이달 전국 주택 평균 매매가는 전월 대비 1.10% 하락했다. 지난달(-0.55%)과 비교해 낙폭이 2배 수준으로 커진 것이다.

 

특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되면서 시장금리가 치솟고 있어 대출 수요 자체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8일 현재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연 5.280∼7.805% 수준이다.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 연 6.218∼7.770%) 역시 8%대에 바짝 다가섰고,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연 5.200∼7.117%)와 전세자금대출(주택금융공사보증·2년 만기) 금리(5.230∼7.570%) 상단도 7%를 훌쩍 넘었다.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저가 아파트 거래 비중이 늘어났다는 통계도 나왔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이달 현재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 2248건 중 6억원 이하 거래가 1120건(50.2%)으로 절반을 넘었다. 4∼7월 6억원 이하 거래 비중이 평균 35.7%였던 것과 비교하면 14.5%포인트 급증한 수치다. 다음달부터 15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가 허용되면 고가 거래 비중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금리 부담에 큰 폭 증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규제 핵심인 DSR이 여전한 점도 주담대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월부터 적용된 현행 DSR 규제(3단계)는 총대출액이 1억원을 넘으면 원칙적으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제2금융권 50%)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LTV 규제 등을 완화하는 것과 달리 DSR 규제는 당분간 유지할 방침이다. DSR 규제가 유지되는 이상 고소득자를 제외하면 LTV 등 다른 대출 규제 완화 효과는 제한적이다. 은행권 분석에 따르면 연봉이 5000만원인 무주택자가 14억원 아파트 구입 시 LTV 규제가 50%로 낮아져도 주담대 최대한도(금리 4.8%·40년 원리금 균등 분할상환 가정 시 3억5500만원)는 기존보다 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DSR 규제 한도(40%)를 이미 최대치로 적용받았기 때문에 LTV가 완화돼도 대출 한도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주담대 잔액 증가 폭 둔화 양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은의 ‘2022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56조8000억원으로 2분기 말보다 3000억원 줄었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담대(잔액 1007조9000억원)는 6조5000억원 늘었지만, 증가 폭은 2분기(8조7000억원)보다 감소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 ‘공시가 11억 초과’ 종부세 민주당 안 거부 방침

 

27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 등 12명이 제출해 민주당이 당론 법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종부세 개편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정했다.

 

야당이 제출한 개정안은 현행 6억원인 다주택자 종부세 과세기준을 1가구 1주택자처럼 11억원으로 상향하되, 공제금액(6억원)은 현재 제도를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인별 공시가격 합계액 11억원까지는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아예 빼고, 11억원을 넘으면 현행 세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 방식을 적용하면 납세기준선인 11억원을 기준으로 조세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 조세저항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 세금계산서비스 ‘셀리몬’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과세기준일 현재 공시가 5억원짜리 주택과 6억원짜리 주택을 한 채씩 보유해 합산 공시가가 11억원 상당인 2주택자가 부담해야 하는 종부세액은 민주당 안 기준으로 ‘0원’이 된다. 하지만 11억1000만원(공시가 5억1000만원·6억원 주택을 1채씩 보유)인 2주택자가 부담해야 하는 종부세액은 582만1058원으로 급증한다. 다만, 이에 대해 민주당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어 개정 취지를 살리면서 문턱효과를 줄이는 보완책이 국회에서 논의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주택자 중과세율을 두고도 정부·여당과 야당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정부는 종부세 자체가 누진세율로 설계된 세금인데, 추가로 다주택자에게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이중적인 중과제도라면서 다주택자 중과세율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다주택자 중과세율을 폐지하는 건 주택 투기 세력을 도와주는 꼴밖에 되지 않고, 세수 감소만 초래한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대신 아래쪽 두 개 구간의 세율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종부세 기본공제 금액의 경우 현재보다 상향해야 한다는 데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금액 수준을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정부는 기본공제 금액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고, 1가구 1주택자는 현행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이날 참고자료를 배포해 소득 2000만원 이하의 1가구 1주택자는 1인당 평균 세액이 74만8000원(7만3000명)으로 나타나는 등 종부세가 저소득층에게도 부담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정부 안이 관철될 경우, 주택분 종부세 과세 인원이 122만명에서 66만명으로 줄어든다고 추산했다. 반면 민주당은 현재 공제 수준을 유지하자면서도 정부가 정하는 내년도 공정시장가액비율 수준 등에 따라 공제금액을 12억원까지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경제 전문가 58% “1년 내 금융위기 충격 가능성 높아”

 

국내외 금융·경제 전문가 10명 중 6명은 1년 안에 금융시스템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주요 위험 요인으로는 높은 가계부채 수준과 상환 부담, 기업 부실 위험 등이 지목됐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시스템 리스크(위험) 서베이(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 2∼9일 국내외 금융기관 임직원과 주요 경제 전문가 72명에게 금융시스템 위기를 초래할 충격이 단기(1년 이내)에 발생할 가능성을 묻자 58.3%가 ‘높다’(매우 높음 12.5%+높음 45.8%)고 답했다. 지난 5월 같은 조사와 비교해 단기 금융 위기를 예상한 비율이 26.9%에서 58.3%로 불과 6개월 사이 31.4%포인트 상승했다. 중기 시계(1∼3년)에서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충격 가능성이 높다’(매우 높음 5.6%+높음 34.7%)고 답한 비중도 같은 기간 32.9%에서 40.3%로 커졌다.

 

반대로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신뢰는 크게 줄었다. 조사 대상의 36.1%가 ‘우리나라 금융시스템 안정성의 신뢰도가 높다’(매우 높음 0%+높음 36.1%)고 평가했는데, 5월 조사(53.2%)보다 17.1%포인트 하락했다.

 

금융시스템 위기를 초래할 리스크 요인으로는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 악화에 따른 부실 위험 증가’(27.8%)에 이어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과 상환 부담 증가’(16.7%), ‘금융기관 대출 부실화와 우발채무 현실화’(13.9%), ‘국내 시장금리의 급격한 상승’(12.5%) 등이 꼽혔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