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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종부세…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 두고 논란 격화 [뉴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안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공시가격 상승,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지난해 급등한 뒤 올해도 고공행진하고 있는 종부세를 2020년 수준으로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노년층을 중심으로 소득 2000만원 이하 종부세 납세자(1세대 1주택자)도 전체의 32%에 육박하는 등 저소득층의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라도 기본공제 상향을 포함한 세제개편안이 관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안이 적용될 경우, 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나 세율 인하 등에 따라 다주택자가 혜택을 더 많이 가져가고, 향후 시장 상황이 좋아질 경우 주택 투기가 조장될 것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종부세가 더 이상 부자들이 내는 세금이 아니라 중산층에게 부담이 되는 세금으로 변질됐다고 보고 있다.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고지인원은 122만명으로 문재인정부 첫 해인 2017년 33만2000명 대비 약 4배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1세대 1주택자 고지인원도 올해 23만명으로 전년 대비 7만7000명 늘었고, 고지세액도 2498억원으로 2021년보다 157억원 증가했다.

◆종부세 내는 1주택자 중 소득 2000만원 이하 31.8% 차지

 

정부는 특히 종부세를 부담하는 1세대 1주택자 중 저소득층이 많다는 점도 종부세 개편의 주요 배경으로 언급하고 있다. 종부세가 과세되는 1세대 1주택자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소득 50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이 1세대 1주택자 종부세 과세대상의 절반 이상(52.2%)을 차지했고, 최저임금 수준인 2000만원 이하 납세자도 31.8%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부담하는 세액도 만만찮다. 소득 5000만원 이하 1세대 1주택 납세자의 1인당 평균세액은 약 77만8000원이었고, 소득 2000만원 이하 역시 1인당 평균세액은 74만8000원으로 조사돼 소득 수준에 비해 세부담이 과중한 상태라고 정부는 진단했다.

 

올해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부담 완화를 위해 주택분 종부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로 인하했지만 이 정도로는 종부세 부담을 낮출 수 없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기재부가 공개한 ‘공시가격 상승시 구간별 과세표준 증감’을 보면 지난해 공시가격 12억원 주택의 경우, 올해 공시가격이 14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는데 이 기간 과세표준은 9500만원에서 1억8600만원으로 95.8% 뛰었다. 반면 지난해 공시가격 20억원이었다가 올해 23억4000억원으로 뛴 주택은 오히려 과세표준이 8조5500억원에서 7조4400억원으로 13.0% 줄었다. 기재부는 “공시가격이 급등하는 경우 상대적으로 주택 공시가격이 낮은 구간에서는 과세표준이 오히려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공시가격이 급격하게 증가한 만큼 정부 시행령(공정시장가액비율)만으로 종부세 부담을 낮추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지방과 서울 비강남 지역에서 종부세 부담이 증가한 것도 정부는 문제라고 보고 있다. 올해 고지세액이 증가하거나 신규로 과세대상에 편입된 납세자 비중이 높은 지역은 인천(84.3%), 부산(83.1%), 경기(77.9%), 대전(69.5%), 세종(69.2%) 순으로 나타났다. 또 서울에서도 노원(85.9%), 도봉(84.0%), 강동(77.0%), 중랑(76.3%) 등 비강남 지역에서도 종부세 납세자가 크게 증가했다.

 

정부는 다주택자 중과세율을 규정한 현 세법 체계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해외 주요국에서도 주택 보유 수에 따라 보유세를 차등 과세하는 국가는 드물고, 다주택자 중과 제도로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이 심해지는 등 주태가격 양극화 및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해지는 부작용만 생긴다는 것이다. 특히 민간 시장에서 임대주택의 공급자 역할을 하는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세부담이 결국 임차인에게 전가돼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정부는 이에 따라 기본공제 금액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고(1세대 1주택자는 11억→12억원),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을 폐지해 가액기준으로 0.5~2.7%의 단일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힌 상태다.

28일 오전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모습. 뉴시스

◆“올해 다주택자 평균세액 36%나 줄어…1주택자 고지세액 전체의 6.9% 그쳐”

 

하지만 야당을 중심으로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다주택자(3주택 이상, 조정대상지역 2주택)에 대한 특혜성 정책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올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로 조정한 결과, 다주택자 고지 세액이 2조원으로 전년 대비 5000억원 줄고, 1인당 평균세액도 393만원으로 전년 대비 223만3000원 감소했는데 내년에 다주택자 중과세율마저 폐지된다면 다주택자들이 더 큰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경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주택수 차등과세를 가액 기준 과세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담세력에 맞는 과세를 실현할 수 있다”면서도 “세 부담 경감 효과가 고가주택 보유자나 다주택자에 귀속될 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가 세제개편안 관철을 위해 전체 세액 대비 비중이 낮은데도 1가구 1주택자의 부담을 과도하게 부각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조세소위에서 “올해 종부세 고지세액은 4조1000억원이고, 이 중 다주택자에게 조기된 것은 2조원, 법인에게는 1조4000억원이 부과됐다”면서 “다주택자와 법인이 부담하는 전체 고지세액이 3조4000억원으로 전체의 83%가 되는데 (정부가) 중산층 세금이 됐다 이렇게 말하는 것 자체가 과도하고 지나친 확대 해석의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세대 1주택자들의 고지세액도 전체 2498억원으로 (전체) 4조1000억원 고지세액 중 6.9% 부과됐다”라면서 “1주택자들보다 다주택자들에 대한 감세가 훨씬 규모가 컸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집값이 하락하는 현재와 달리 장기적으로 봤을 때 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가 주택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2022년 세제개편안 토론회에서 “(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는) 자산가와 고소득자 등이 지방 소재 저가주택을 매입하여 임대하는 투기 행위에 대해 조세우대를 부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면서 “이러한 투기세력에 대한 종부세 감면을 어떻게 ‘부동산세제 정상화’라고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