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일 닷새째 지속되고 있는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산업계 피해가 커지자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육상화물운송 분야 위기경보 단계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올렸고, 파업 중인 화물차 기사들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사실상 예고했다. 화물연대는 이날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그러나 30일 2차 교섭을 진행키로 함에 따라 향후 협상 추이가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와 관련해 “노사 법치주의를 확실히 세워야 한다. 노동 문제는 노(勞)측의 불법 행위든 사(社)측 불법 행위든 법과 원칙을 확실하게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김 수석은 “윤 대통령은 업무개시명령을 심의할 내일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업계 안팎에서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또 “불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국민 경제를 볼모로 한 노조의 불법과 폭력은 우리 경제를 망가뜨리고 경제 회복을 바라는 국민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엄정 대응을 강조했다. 업무개시명령은 파업이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한다고 판단될 때 근로자들을 강제로 업무에 복귀시키는 제도로,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위한 조건이 충족된 상태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로 국가 물류 체계가 마비될 위기라고 진단하고 육상화물운송 분야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했다. ‘관심’→‘주의’→‘경계’→‘심각’ 중 육상화물운송 분야에서 최고 단계가 발동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국토부는 화물연대의 총파업 예고 직후인 지난 15일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올렸고, 파업 하루 전날 다시 ‘경계’ 단계로 상향했다.
정부는 파업 여파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고, 항만 등 주요 물류 시설의 운송 차질이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정부의 대응 체계도 범정부 차원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강화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중대본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지난 6월의 집단 운송 거부 사태 등 과거의 사례를 볼 때 하루에 약 3000억원의 손실 발생이 전망된다”며 “국토부에서는 관용 화물차 투입, 화물열차 증편 등 가용한 대체 수송 장비와 인력을 최대로 투입해 물류 피해를 최소화하고, 경찰청은 불법 행위자 현장 검거를 원칙으로 강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화물연대는 이날 첫 공식 대화에 나섰지만 성과 없이 교섭이 결렬됐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영구화와 품목·적용 차종 확대를 거듭 요구한 반면, 국토부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 방침을 고수하면서 입장 차를 확인했다. 양측은 오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차 교섭을 이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