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목화의 극작가 겸 연출가인 오태석 전 서울예대 교수가 28일 저녁 별세했다. 향년 82세. 고인은 1963년 연세대 철학과 재학 당시 동인제 극단 회로무대(回路舞臺)를 창단한 이래 극작가와 연출가, 제작자로 활동하면서 60여편이 넘는 창작극을 연출했다.
그는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극으로 자신만의 연극 세계를 구축하고, 전통의 재발견과 현대적 수용을 통해 한국적 연극을 창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사라져가는 우리말을 되살려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연극을 추구해왔다.
이를 위해 함경도, 제주도, 평안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중국 연변과 일본 오사카 한인촌의 말까지 다양한 방언들을 수집한 뒤 연극 언어로 발전시키는 공연을 연출했다.
고인은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웨딩드레스’가, 이듬해 국립극장·경향신문 공동 장막극 공모에 ‘환절기’가 당선되면서 극작가로 데뷔했다. 서울예대 교수와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지냈고 서울연극제 대상, 동아연극상 대상 등을 받았다. 대표작으로 ‘태’(1974), ‘춘풍의 처’(1976), ‘자전거’(1984), ‘부자유친’(1989),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1990), ‘로미오와 줄리엣’(1995), ‘내사랑 DMZ’(2002), ‘용호상박’(2005), ‘템페스트’(2010), ‘도토리’(2016) 등이 있다.
고인이 1984년 창단한 극단 목화(목화레퍼터리컴퍼니)를 거쳐간 유명 배우도 많다. 박영규, 한명구, 손병호, 김병옥, 정은표, 성지루, 박희순, 임원희, 장영남, 유해진 등 ‘오태석 사단’으로 불리는 배우들이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2018년 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잇따르는 등 ‘미투’ 논란에 휩싸이면서 한 획을 그었던 연극 인생에 오점을 남겼다. 그는 이후 입장 발표를 하려다 번복하고 별다른 사과 표명도 없이 은둔하며 지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발인 12월 1일 오전 11시. (02)745-39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