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침체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중국의 봉쇄 등의 영향으로 수출 부진이 지속하면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생산이 위축되는 가운데 내수마저 고물가·고금리의 여파로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화물연대 파업을 둘러싸고 정부와 노조 간의 대치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여 물류 대란 여파가 생산 감소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1%대로 조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말 대내외 악재가 겹겹이 쌓이고 있어 경기 침체 가능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전산업생산이 전월과 비교해 큰 폭(1.5%)으로 하락한 것은 제조업을 포함한 광공업이 부진한 데 따른 것이다. 광공업생산은 전월보다 3.5% 줄었는데, 이는 2020년 5월(-7.3%)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코로나19 사태로 충격파가 컸던 2020년 초중반과 비슷한 위기감이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광공업 생산을 부문별로 보면 광업(-9.2%), 제조업(-3.6%), 전기가스업(-1.9%) 등 전 부문이 감소세를 보였다. 광공업에서 비중이 큰 제조업만 놓고 보면 기타운송장비와 반도체에서 각각 5.5%, 0.9% 생산이 늘었지만 자동차와 기계장비에서 각각 7.3%, 7.9% 감소했다. 제조업의 판매를 보여주는 출하가 2.0% 감소한 가운데 재고 역시 1.4% 감소했다. 이에 따라 경기 둔화를 시사하는 지표인 재고율(재고/출하 비율)은 122.1%로 전월보다 0.7%포인트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재고 감소는 경기 활황기에는 좋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만 10월의 경우 그간 많이 쌓였던 재고를 해소하는 측면이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반도체 재고(-5.4%)가 감소한 것도 그간 워낙 많이 쌓여 있던 재고를 밀어내는 일시적 감소일 수 있다”고 말했다.
광공업 생산이 이렇게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인 건 수출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수출은 반도체, 철강 등 주력 품목의 수출액이 급감하면서 2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한 바 있다.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경기 회복세를 이끌었던 내수마저 고공행진하고 있는 물가와 금리의 영향으로 약화하고 있다. 10월 서비스업 생산은 0.8% 감소해 2020년 12월(-1.0%)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주식거래 축소로 금융·보험이 1.4% 감소했고, 수출입과 주택거래 부진으로 운수·창고업과 부동산업이 각각 전월보다 1.5%, 3.8% 줄었다. 도·소매업도 자동차 및 부품판매업이 줄면서 전월보다 0.3% 감소했다.
소매판매 역시 0.2% 줄었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3.1%) 판매가 늘었지만 승용차 등 내구재(-4.3%), 의복 등 준내구재(-2.5%) 판매가 줄었다.
문제는 수출 여건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내수를 추가로 위축시킬 수 있는 악재가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우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와 봉쇄정책에 대한 시위 확산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중국 수출액은 지난달 15.7% 감소했고, 이달 1~20일까지 28.3% 급감했는데 감소세가 길어질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진행 중인 집단 운송거부 역시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30일에는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파업에 들어갔다. 이태원 참사에 따른 소비 둔화 심리도 11월부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던 2014년 4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0.7%로 3월(2.2%) 대비 큰 폭으로 둔화한 바 있다.
정부는 “생산 측면에서는 국제유가 하락, 공급망차질 완화 등 긍정적 요인도 있으나 수출 감소세 지속,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영향 등이 향후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면서 “소비 투자의 경우 이태원사고 영향, 반도체 부동산 경기 하강, 아직까지 높은 물가수준, 금리 상승 등이 리스크 요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