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총파업 일주일째를 맞은 30일 전국 곳곳에서 산업계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지난 6월 1차 때와 비교하면 겨울 비수기라 건설업계의 손해는 다소 덜하지만, 정유업계와 철강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누적 피해액이 최소 1조원에서 1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화물연대 조합원 7000여명이 전국 16개 지역 160곳에서 집회를 벌이거나 현장 대기 중이다. 전체 조합원(2만2000명 추산)의 3분의 1 규모다. 오전 10시 기준 전국 12개 항만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시 대비 63% 수준으로, 수출입과 환적화물 처리에 차질이 계속되고 있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유소의 ‘기름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화물연대의 1차 파업 당시 10% 안팎이었던 탱크로리(유조차) 종사자의 화물연대 가입률은 최근 70%를 넘겼다. 회전율이 빠른 서울의 일부 주유소부터 재고가 바닥났고,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지방의 거점 주유소도 품절 사태가 빚어질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화물연대 파업 영향으로 유류제품 수송이 지연돼 품절된 주유소가 전국 23개소라고 밝혔다. 오후 3시 기준 휘발유 품절 주유소가 22개소, 경유 품절이 1개소이며 지역별로는 서울 15개소, 경기 3개소, 인천 2개소, 충남 3개소에 달했다. 산업부가 전국 주유소의 재고량을 파악한 결과 전날 기준 휘발유 8일분, 경유 10일분가량으로 집계됐다.
산업부와 에쓰오일을 비롯한 정유 4사, 대한석유협회, 한국석유공사, 한국석유관리원 등은 정유공장과 저유소 등 거점별 입·출하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수송 차질이 우려될 경우엔 화물연대 미가입 차량을 활용하는 비상수송체계를 가동 중이다. 산업부를 중심으로 한 정유업계 비상 상황반은 이날부터 매일 오후 4시쯤 오피넷 팝업과 게시판을 통해 운전자에게 품절 주유소 현황을 안내하고 있다. 오피넷 정보와 연계한 네이버와 티맵 등 지도 서비스에서도 품절 주유소를 확인할 수 있다.
시멘트·레미콘업계와 건설현장의 피해도 계속 누적되고 있다. 정부가 시멘트 분야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지만, 화물연대 조합원은 전혀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시멘트가 출하되지 못하면서 시멘트를 원료로 하는 레미콘 공장이 가동 중단 상태다. 광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주 5000㎥였던 광주 지역 레미콘 생산량은 이번주 0인 것으로 파악됐다. 강원도에서는 춘천과 원주 등 일부 지역 소규모 공장만 가동되면서 도내 132개 레미콘 공장 중 109곳(82.6%)이 멈춰섰다.
레미콘 생산이 멈추자 전국 건설현장도 ‘셧다운’을 맞았다. 대한건설협회는 전국 985개 현장 중 577개(59%) 현장에서 레미콘 타설이 중단됐다고 집계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건설사는 지난 주말부터 레미콘 타설이 중단됐고, 대규모 건설사도 이번주 안으로 모두 레미콘 재고가 바닥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둔촌주공 등 수도권 건설현장은 콘크리트 타설 등 대체공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파업이 조금만 길어져도 공사 지연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날 한국시멘트협회·한국석유화학협회·대한석유협회·한국자동차산업협회·한국철강협회·한국사료협회 등과 공동으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산업계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석유화학업계는 하루 평균 680억원, 철강업계는 최근 엿새간 피해액이 8000억원에 달하는 등 주요 분야의 손실만 총파업 이후 1조억원을 훌쩍 넘겼다. 항만 분야와 수출입 업체 등의 손실을 합산하면 이미 1조5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8일간 지속된 1차 파업 당시 산업부는 국내 산업계 피해액을 2조원 수준으로 평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