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수원 발발이’로 불리는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의 경기 화성시 거주를 막기 위한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3만명 넘는 시민이 서명했다. 청원 개시일인 지난달 8일부터 한 달이 되는 이달 8일까지 5만명 넘는 동의가 모이면 국회 차원에서 입법 논의가 시작된다.
1일 국회와 화성시에 따르면 화성시 봉담읍의 대학가 원룸에 사는 박병화의 퇴출을 위한 운동이 곳곳에서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8일에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자신을 봉담읍 수기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의 엄마라고 소개한 청원인이 글을 올려 박병화의 퇴거를 호소했다. 그는 “(박병화가) 2005년부터 수원 일대에서 범죄를 저질렀을 당시 인근에 거주했던 제 가족은 아직도 공포와 두려움 속에 살고 있다”며 “15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는 당시의 악몽이 제가 거주하고 사랑하는 자녀들이 지내는 이곳 화성 봉담에서 재현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1분 1초도 숨을 쉴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이어 “화성시 봉담은 5개 대학과 17개의 초·중·고가 자리한 교육밀집지역”이라며 “성범죄자의 3년 내 재범 확률은 62%라는데 정부에서 마련한 대책 모두 예방이 아닌 재범이 발생한 뒤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탁상공론적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아이의 부모로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박병화의) 빠른 퇴거와 보호시설입소를 강력히 청원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박병화의 퇴거 촉구 동의청원에는 일주일 만에 1만명 가까운 시민이 동참했다. 1일 오전까지는 3만8000여명이 서명한 상태다. 국회는 5만명 이상의 동의가 모이면 국회 소관 위원회에 청원 내용을 회부한다. 정명근 화성시장은 “박병화가 퇴거하는 그 날까지 시민들과 함께 합법적인 방법과 물리적인 방법을 모두 동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화성시는 폐쇄회로(CC)TV 32대를 신설하고, 보안등 104개를 새롭게 배치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박병화 등 성폭행범들의 출소 후 거주지를 두고 지역사회는 최근 몸살을 앓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선 “남의 인권을 짓밟은 사람에게 권리를 줄 필요가 없다”는 주장과 “죗값을 치른 사람에게 이중 처벌을 야기할 수 있다”는 반박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2020년 아동성폭행범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몸살을 앓았던 경기 안산시에선 최근 조두순의 이사를 두고 다시 분란이 일었다. 결국 조두순 부부가 이사를 포기하면서 갈등이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김근식이 갱생시설에 입소하려 한다는 소식 역시 의정부시에 잠시 폭풍을 몰고 왔다. 김근식의 재구속으로 폭풍은 수그러든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국내에선 법과 제도로 성범죄자의 주거지를 제한할 수 없다. 이에 국회에선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아동성범죄자가 주거지로부터 일정 거리 밖으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조두순 방지법’이 발의됐으나 헌법상 기본권 침해를 이유로 논의조차 못 하고 폐기됐다.
미국에선 38곳 넘는 주에서 아동성범죄자가 학교나 공원 등으로부터 일정 거리 안에 거주하지 못하게 하는 일명 ‘제시카법’이 시행되고 있다. 2005년 당시 9세이던 제시카 런스포드가 성범죄 전과자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한 뒤 만들어진 법이다. 지난달 7일 국회에선 ‘한국형 제시카법’이 발의됐고, 최근 법무부도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