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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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아파트 단지 내 음주운전도 면허 취소 처분 가능”

아파트 단지 내 음주운전도 면허 취소 등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법 행정1부(수석부장판사 김정숙)는 A씨가 제주경찰청을 상대로 ‘자동차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무효화해 달라’며 낸 소송을 기각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 18일 오후 9시 30분쯤 음주 상태로 제주 서귀포시 한 아파트 단지 내 도로 약 20m를 주행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적발 당시 A씨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0.08% 이상) 수치인 0.095%로, 결국 A씨는 같은 달 29일 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지난 1월 10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아파트 단지 내 도로는 아파트 주민 또는 그들과 관련된 특정한 용건이 있는 사람만 사용할 수 있고 자주적으로 관리되는 장소이기 때문에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A씨는 “아파트 단지 내 도로에서의 운전행위는 도로교통법이 규정한 운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에 따라 경찰의 면허 취소 처분은 그 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위법하다”는 주장을 폈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특정인만이 사용할 수 있고 자주적으로 관리되는 장소는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포함되지 않는다.

 

도로교통법상 도로가 아닌 곳에서 음주운전 등에 대해 형사처벌은 가능하지만 이를 이유로 운전면허를 취소하거나 정지하는 행정처분은 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아파트 단지 내 도로를 도로교통법상 도로로 보고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도로는 외부 도로와 직접 연결된 왕복 2차선 도로로, 도로 중앙에는 황색실선이, 갓길에는 흰색실선이 그어져 있다”며 “또 아파트 정문에 차량 차단기와 경비실이 있기는 하나 관계자 진술에 따르면 사건 당시 외부 차량을 통제하지 않아 누구나 자유롭게 단지 내로 진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점으로 미뤄봤을 때 이 아파트 단지 내 도로는 현실적으로 불특정 사람이나 차량의 통행을 위해 공개된 장소로서 교통질서 유지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교통경찰권이 미치는 공공성이 있는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