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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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취약계층 지원 끊길 판, 초유의 준예산 현실화 막아야

巨野,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 발의
새해 예산안 처리 뒷전으로 밀려
경제·민생 생각해 합의 처리하길

639조원이 편성된 2023년도 새해예산안 국회 처리 법정시한이 오늘이지만 여야의 대치로 통과가 불투명하다. 지난 달 23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예산안을 처리한 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실시키로 합의했으나 민주당이 그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발의하면서 사태가 꼬였다. 민주당은 169석의 힘을 믿고 예산안 처리에 앞서 이 장관을 먼저 해임하자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 장관 해임건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다음 주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처리할 태세다. 국민의힘은 “해임건의안 철회없인 국정조사를 보이콧할 수밖에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문제는 여야의 간극이 워낙 커 법정처리 시한은 말할 것도 없고 정기국회 회기(12월 9일) 내 처리도 쉽지 않아 보인다는 데 있다. 더구나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소위’를 여야가 급하게 구성한 데다 위원들이 자기 지역구 예산늘리기에 몰두할 게 뻔해 심사가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지역구 예산 챙기기는 연례 행사처럼 된 지 오래다.

민주당이 윤석열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예산은 싹둑 자르고, 자기들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예산안의 정상적 처리를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실 이전,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SMR)개발 예산 등을 대폭 삭감하고 있다. 반면 이재명 대표가 주장하는 공공임대주택과 지역화폐 예산,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은 크게 늘리고 있다. 오죽하면 거대 야당이 이재명표 예산으로 윤석열정부를 운영하라고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겠나.

여야의 양보없는 기싸움은 회계연도 개시일(1월1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해 준예산을 편성하는 최악의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를 키운다. 헌정사 초유의 준예산 사태만큼은 막아야 한다. 준예산 사태가 오면 그간 추진해오던 사업에 대해서만 올해 예산 금액에 한해서 지출하게 된다. 윤 정부가 역점을 두는 노인·아이·장애인·저소득층 등 취약계층 사회안전망에 투입될 예산 집행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게 뻔하다. 국회의원들이 정쟁에 정신이 팔려 직무유기를 하면서 세비를 타가는 것은 몰염치한 일이다. 말만이 아닌 진정으로 국민을 섬긴다면 민주당은 ‘거야’의 횡포를 접고 국민의힘 역시 이 장관 거취 문제를 전향적으로 생각해 예산안만큼은 합의 처리하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