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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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광우의시네마트랩] 한류와 K콘텐츠

1990년대 중반 이후 지금까지 한국 대중문화가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끈 현상을 흔히 ‘한류’라고 불렀다. 초창기에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확산하였고, 이후 동북아를 넘어 전 아시아 지역으로 확산하였으며 지금 BTS와 블랙핑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전 세계적으로 향유되고 수용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류는 영어로 ‘Korean Wave’라고 번역해 사용되기도 했지만, 한류를 소리 나는 대로 ‘Hallyu’라고 표기하기도 했다. 특히, 두각을 나타낸 문화 장르는 대중음악으로 여기서 한국의 아이돌 그룹이 부르는 댄스음악들을 일컫는 ‘K팝’이라는 단어가 등장했고, 한국에서 외국에 내놓을 만한 문화상품이나 자랑할 사회현상에 ‘K’를 붙이는 관습이 등장했다. K푸드나 K방역이 그 예이다.

그래서 지금은 문화산업에서 ‘K콘텐츠’라는 단어가 새로 등장해 ‘한류’와 경합하고 있다. 한류는 중화권에서 한국 대중문화를 일컬었던 단어이고, K콘텐츠는 우리가 만든 영어 단어라는 점이 다르다. 한류는 외국 수용자들이 한국 대중문화를 받아들인 흐름이자 유행이었다. 유행은 언젠가는 쇠퇴하거나, 그 현상 자체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면 그 현상 자체에 대한 주목은 떨어지게 된다. K콘텐츠는 한국에서 생산해 외국에 수출하고 싶은 문화상품들을 통칭하려는 용어이고, 전 세계 공용어라는 영어의 지위를 빌려 동아시아 권역을 넘어 아시아 이외 지역에도 소구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 단어에는 대중문화의 인기에 힘입어 국가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길 바라는 기대도 담겨 있다. 그렇지만 ‘F컬처’라는 말이 없어도 프랑스의 문화적 우수성을 다 아는 사례와 같이 굳이 그런 단어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은 든다.

아울러, 지금 해외에 소개되는 한국의 문화상품이 과연 한국적인 문화를 담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은 지금 문화상품의 국제 유통시장에 한국적 특색이 담긴 문화상품과 한국적 특색이 적은 문화상품을 동시에 수출하고 있다. 한국 경제구조는 수출지향적인 경제구조이다. 그런데, 이 수출은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해 부품이나 완성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가공무역이지 순수하게 한국에서 난 재료로만 제품을 만들어 수출한 것이 아니다. 한류든 K콘텐츠든, 수출하는 문화상품도 그럴 뿐이다.


노광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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